투자자·기업 윈윈 '착한투자' 바람…SRI펀드도 출시

입력 2017-07-06 07:01  

투자자·기업 윈윈 '착한투자' 바람…SRI펀드도 출시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 새 정부 들어 기업 지배구조와 경영 투명성 개선 등 건전한 기업문화 정착을 위한 바람이 불면서 자본시장에서도 사회책임투자(SRI)가 다시 뜨고 있다.

연기금과 보험사, 자산운용사 등 국내 큰손 기관투자가 40여 곳이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 도입을 추진하고 있고 자산운용사들도 사회책임투자(SRI) 펀드를 속속 내놓고 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은 다음 달 초 SRI 펀드를 출시하기로 했다. 기업 지배구조 평가기관으로부터 리서치 정보를 받아 투자 기업을 선별할 계획이다.

앞서 하이자산운용이 5월 말 '하이 사회책임투자 펀드'를 먼저 내놨다.

'하이 사회책임투자펀드'는 전쟁·담배·도박 등 죄악주를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는 네거티브 방식에서 탈피, 우량한 사회책임 기업을 적극적으로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이 펀드는 출시 이후 65억원이 몰렸고 2.63%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사회책임 투자'는 단순히 실적을 많이 내는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과는 거리가 멀다.

영업해 벌어들인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고, 기부의 차원을 넘어 적극적으로 환경(Environment),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 지배구조(Governance) 등 분야에서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는 '착한 기업'을 선별해 투자하는 방식이다.

전쟁이나 담배, 도박 등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기업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한다.




국내에선 2001년 처음으로 SRI 펀드가 생겨나 2006년 국민연금에서 펀드를 위탁 운용하기 시작했지만, 기업과 투자자들의 무관심과 제도 미비로 시장의 외면을 받아왔다.

일부 운용사는 현재 국내 증시 상황에선 투자할 만한 기업이 많지 않다고 판단해 SRI펀드 출시를 보류하기도 했다.

김호준 대신경제연구소장은 "사회책임 투자는 공적 연기금 기준으로 유럽은 50%, 미국은 30% 정도에 달하지만 우리나라는 초기 단계에 그쳐 활성화가 필요하다"며 "궁극적으로 지속 가능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여서 투자자와 기업 모두가 윈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실제 국내 SRI 펀드(16개)는 설정액이 2천452억원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편이다.

연초 이후 수익률은 15.55%로 우수하다. 개별 펀드의 설정 이후 누적수익률을 보면 16개 펀드 중에서 설정 이후 평가 손실이 난 것은 2개뿐이다.

이 중 2006년 8월에 설정된 '알리안츠 기업가치향상 장기증권자펀드'는 누적수익률이 193.28%에 이른다. 같은 달 선보인 'NH-Amandi 장기성장대표기업펀드' 역시 157.58%의 누적 성과를 냈다.

'HDC 좋은 지배구조펀드'(2007년)는 156.68%, '신한BNPP Tops아름다운SRI 증권자펀드1'(2005년)은 131.31%의 누적수익률을 각각 올려 대체로 '착한 성적표'를 쓰고 있다.

특히 최근 정부가 도입한 주식 의결권 행사 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로 이런 착한 투자 바람은 더욱 확산할 것으로 관측된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 보험사,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들이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주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위탁받은 자금의 주인인 국민이나 고객에게 이를 투명하게 보고하도록 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주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집사'(steward)라는 단어에서 나온 말로 금융위기 이후 영국에서 처음 시작됐다. 국내 최대 '큰손'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데다 40여 개 기관이 가입 신청을 한 상태다.

조명현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고려대 경영학부 교수)은 "최근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정책 기대감이 커지면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자율지침이지만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파급력이 상당해 한국 자본시장 발전에 중요한 획을 그을 것"이라고 말했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사회책임 투자는 나쁜 기업과 좋은 기업 모두를 더 좋게 만들 수 있다"며 "이런 투자 문화가 활성화하려면 연기금 등 장기 투자를 추구하는 큰 손이 투자에 참여해 대주주와 경영진에 자극을 주면서 기업이 개선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indig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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