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생존자 칼 하우저씨 내외, 코흐 수녀 돌본 수녀원장 참석
독일정부, 한국전쟁 직후 의료진 117명 파견…25만여명 치료
"당신의 도움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일일이 사연 듣고 선물
(베를린=연합뉴스) 노효동 기자 = 독일을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5일(이하 현지시간) 6·25 전쟁 직후 한국에 파견됐던 독일 의료지원단 단원과 후손, 독일 적십자사 관계자 등을 만나 깊은 감사의 뜻을 전했다.
베를린 시내 호텔에서 열린 행사에는 독일 의료지원단의 엔지니어로 활동했고 현재 유일한 생존자로 확인된 칼 하우저씨 내외와 부부 의료지원단원의 아들 안드레이스 숍과 딸 앙겔리카 숍씨가 나왔다.
또 의료지원단원의 미망인 일제 파프 여사와 작년 타계한 수간호사 샤롯데 코흐 수녀를 돌본 헬가 슈마허 수녀원장과 독일 적십자사 폴크마 쉔 부총재 등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참석자들을 일일이 찾아가 "한국이 어려웠던 시기에 숭고한 헌신과 인도적 활동으로 큰 도움을 줬다"며 감사인사를 하고는 당시 사연을 듣고 별도로 준비한 선물을 전달했다. 또 과거 의료지원단 활동 사진 위에 독일어로 '당신의 도움을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한글로 '문재인 김정숙'이라고 서명도 했다.
문 대통령은 먼저 지난해 별세한 코흐 수녀를 돌봤던 슈마허 수녀원장에게 "수녀님 노후를 돌봐드렸다고 하던데, 언제쯤 세상을 떠나셨느냐"고 물었고 이에 슈마허 원장이 "작년에 돌아가셨다"고 하자 "제가 조금 더 일찍 왔더라면 좋았을 텐데요"라며 아쉬워했다.
문 대통령은 또 의료지원단원 중 유일한 생존자인 하우저씨 내외 쪽으로 이동해 "정정하시다"라며 안부를 물은 뒤 "더 생존자가 있는지 알고 싶다. 선생님 덕분에 그래도 이 병원의 역사가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생존자를 더 찾으면 잘 모시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하우저씨는 "두어 분 더 생존자를 알고 있지만 한 분은 건강이 안좋고, 다른 한분은 치매에 걸렸다"고 전했다. 그는 당시 병원에서 외과의사를 지낸 한 독일 의사가 독일어로 쓴 'PUSAN'이라고 적힌 책을 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문 대통령은 참석자들에게 "독일 의료지원단의 활동은 양국간 우호협력과 신뢰의 상징이자 양국 역사의 일부"라고 평가하면서 "한국 국민들은 그분들의 희생과 봉사정신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정부는 한국전쟁 당시인 1953년 4월 연합군 지원 목적으로 의료지원단 파견을 결정했으며, 준비기간을 거쳐 1954년 5월부터 1959년 3월까지 연인원 117명의 의료진을 파견, 한국 의료진과 함께 의료활동을 전개했다. 이에 따라 25만여 명의 한국 국민들이 치료를 받고 6천여명이 출산 지원을 받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독일 의료지원단의 마지막 생존자인 칼 하우저 씨에게 표장장을 수여하고 의료지원단과 가족들에게 한국을 방문해달라고 초청했다.
r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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