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단체 "재발방지 다짐 받고 신원 공개 않겠다는 건 이상해"
CNN "영상 올린 네티즌에 어떤 협박·강요도 한 적 없어"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레슬링 경기장 밖에서 CNN 로고가 얼굴에 합성된 남성을 때려눕히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갖가지 논란을 낳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영상을 트위터에 올리자 '대통령이 폭력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온 데 이어, 이번에는 CNN이 문제의 영상 원작자에게서 강압으로 '재발 방지 다짐'을 받아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버즈피드 등에 따르면 미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에서 'HanAssholeSolo'란 아이디로 활동하는 네티즌은 전날 '레딧 이용자와 미디어, 대중에 사과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네티즌은 자신이 '트럼프 대통령의 CNN 폭행' 영상을 만들었다고 인정했다.
그는 "순전히 풍자 목적으로 만든 것"이라며 "CNN이나 다른 언론에 대한 폭력을 부추기려는 의도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포스팅 된 영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2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FraudNewsCNN'(가짜뉴스 CNN), '#FNN'란 해시태그와 함께 올린 28초 분량의 GIF(그래픽 인터체인지 포맷) 파일이다.
링밖에서 CNN 로고가 얼굴에 합성된 남성을 트럼프 대통령이 때려눕히는 장면이 3차례 반복되는 이 영상으로 미국이 발칵 뒤집혔다.
영상은 2007년 프로레슬링엔터테인먼트(WWE) 쇼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WWE CEO 빈스 맥마흔을 때려눕혔던 화면에 CNN 로고를 합성한 것이다.
CNN은 앞서 이 영상을 만든 레딧 유저를 찾아냈다고 보도했다.
CNN 기자 앤드루 카진스키가 유저의 ID를 알아내서 전화로 연락했다고 CNN은 전했다. CNN은 해당 유저가 '중년의 남성'이라고만 밝힌 뒤 '재발 방지' 사과를 한 마당이라서 신원을 공개하진 않는다고 밝혔다.
CNN이 영상 원작자와 접촉한 다음날 이 네티즌의 사과글이 바로 올라왔다.
논란의 핵심은 CNN이 영상 출처 보도에서 전한 마지막 문장이다.
CNN은 "어떤 변화가 있다면, 우리는 이 네티즌의 신원을 공개할 권리를 갖고 있다"는 일종의 '단서'를 달았다.
이 네티즌이 향후 CNN을 비난하는 영상을 추가로 올린다면 그때는 '신상을 털어버리겠다'는 협박으로 해석될 여지를 남긴 셈이다.
CNN 보도 이후 인터넷에서는 'CNN의 공갈협박'이라는 해시태그(#CNNBlackmail)가 돌아다녔다.
NYT는 "CNN이 다시는 네트워크를 조롱하지 말라고 협박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반응이 사람들 사이에서 나온다"고 전했다.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은 "CNN의 스토리는 일종의 강요로 읽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저널리스트 윤리위원회의 앤드루 시먼 위원은 "보도 출처의 익명성을 미래의 행위에 옭아매는 것은 이상하다"고 평했다.
언론연구단체인 포인터인스티튜트의 인디라 래커슈매넌은 "도둑이 다시는 도둑질 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해서 도둑의 신원을 공개하지 않는 건 아니지 않는가"라는 비평을 냈다.
논란이 일자 CNN 대변인 맷 도니크는 "레딧 유저의 이름을 절대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며 "어떤 형태의 강요나 협박도 없었고, 해당 유저와 어떤 협상도 시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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