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 중견 탤런트 한정국(64) 씨가 위험을 무릅쓰고 용감한 시민·경찰과 힘을 합쳐 다리에서 뛰어내리려는 자살 기도자를 구했다.
6일 부산 사상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5일 오후 9시 10분께 부산 사상구 괘법동 강변나들교에서 A(49) 씨가 난간 밖으로 나가 10m 아래로 뛰어내리려고 했다.
다리 아래는 왕복 8차선 도로여서 아찔한 순간이었다.
이를 본 한 여성이 다급하게 "저 사람 좀 보세요. 도와주세요"라고 소리를 질렀다.
마침 근처 공원에서 운동하고 이 다리를 건너던 한 씨와 편의점을 운영하는 신범석(31) 씨가 A 씨를 향해 몸을 날렸다.
두 사람은 서로 모르는 사이다.
신 씨가 먼저 A 씨의 한쪽 팔을 잡은 뒤 한 씨에게 "아저씨 도와주세요"라고 도움을 요청했고 한 씨가 곧바로 A 씨의 몸을 끌어안았다.
한 씨와 신 씨는 A 씨가 커터 칼로 손을 찌를 듯이 위협했는데도 꼼짝하지 않고 혼신의 힘을 다해 버텼다.
신 씨는 무릎을 꿇은 채 "아들 같은 저를 봐서라도 제발 올라오시라"며 간곡히 A 씨를 설득하다가 A 씨가 잠시 주춤하는 사이 다른 손을 잡아채 칼을 빼앗았다.
몸을 잡고 있던 한 씨는 A 씨의 반대쪽 팔을 붙잡고 앞으로 잡아당겼다.
이때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사상경찰서 감전지구대 문해근(33) 경장이 높이 1.2m인 난간을 넘어가 A 씨를 붙잡았다.
이어 문 경장이 A 씨를 들어 올리고 한 씨 등이 잡아당겨 2분여 만에 무사히 구조했다.
부산 사상경찰서 제공[https://youtu.be/8zRgueVFHyM]
노숙자인 A 씨는 처지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 씨를 병원에 입원시키고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허영범 부산경찰청장은 이날 오전 한 씨와 신 씨에게 감사장을 수여했다.
개인 일정으로 부산에 왔다는 한 씨는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 큰 일이었고 누구든 할 수 있는 일일 뿐만 아니라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며 "자살 기도자를 본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너무 애절하고 신 씨가 도와달라고 해 다가가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 씨는 "젊은 친구가 무릎까지 꿇고 설득했고 기지를 발휘해 칼을 빼앗았다"면서 "연기자도 그렇게 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신 씨를 칭찬했다.
그는 또 "다리 아래를 보니 차가 쌩쌩 달리고 있어서 자살 기도자가 떨어지면 큰일이 날 것 같아 손아귀에 더 힘이 들어갔다"며 당시의 아찔한 순간을 회상했다.
신 씨는 "어떻게 해서든 구하고 싶은 마음에 저도 모르게 무릎을 꿇고 사정하다가 기회를 봐서 칼을 빼앗았다"면서 "경황이 없어서 당시 제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1980년 TBC 23기로 데뷔한 중견 탤런트 한 씨는 드라마 '산넘어 남촌에는', '복희누나', '연개소문' 등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고 지난해는 한국소아암재단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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