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많은 폐암·위암·간암 등 겨냥 맞춤형 신약 연구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세계적인 제약사들이 중국 시장에 맞는 의약품 개발을 위해 과감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5일 보도했다.
스위스의 노바티스와 미국의 존슨 앤드 존슨, 프랑스의 사노피 등은 서방권과는 달리 유독 중국에서 흔히 발생하는 질환을 치료할 신약을 개발할 목적으로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노바티스는 중국 남부에서 확산되고 있는 두경부암을 치료할 신약을 시험하고 있고 존슨 앤드 존슨은 B형 간염, 사노피는 폐암을 치료할 약제를 연구하고 있다.
지난 십여년 동안 이미 개발된 의약품을 중국 시장에 판매해왔던 전략과 결별한 셈이다. 세계 2위 규모인 중국 의약품 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하겠다는 것이 전략 변화의 배경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폐암과 간암, 위암은 중국에서 질환으로 인한 사망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중국에서는 매년 100여만명이 폐암과 간암, 위암으로 사망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인접국인 한국과 한국에서도 폐암과 간암, 위암의 발병 빈도가 높아 중국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신약의 판매를 늘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제약사들의 속셈이다.
동북아 국가들과는 달리 미국에서는 알츠하이머와 기타 치매 질환이 질환으로 인한 사망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대형 제약사들이 중국 현지에서 신약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것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이는 해외에서 개발됐다는 이유로 신약의 신속한 판매를 어렵게 만들고 있는 중국의 규제 장벽 때문이다.
존슨 앤드 존슨은 2012년 상하이에 연구소를 개설했고 현재 이곳에서 폐암과 혈액암, B형 간염을 치료할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상하이 연구소는 내년에 중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 첫 임상실험을 추진하고 있다.
노바티스는 2009년부터 2014년까지 10억 달러를 투자해 상하이에 있던 연구소를 신약개발센터로 확충했다. 센터는 지난해 10월 중국과 한국. 대만에서 발생하는 비인두암 환자를 치료할 목적으로 개발된 신약의 첫 임상실험을 시작했다.
노바티스의 상하이 신약개발센터는 간질환 치료제의 임상실험도 곧 착수할 예정이다. 센터에 소속된 600명의 연구진은 폐암과 위암 치료제를 포함해 최소한 10여개의 다른 신약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에서 신약을 개발하는 데는 전문인력의 부족이 큰 걸림돌이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서방권에서 공부한 수천명의 과학자들을 꾸준히 본국으로 유치하는 정책을 편 덕분에 세계적 제약사들의 연구 여건은 크게 개선된 상태다.
서방 제약사들은 오래전부터 비용 절감을 위해 중국 제약사들과 약품의 하청 생산 계약을 맺고 있었다. 중국 현지의 연구 기반을 확대하는 것도 역시 비용 측면을 감안한 것이다.
존슨 앤드 존슨은 중국을 대상으로 개발한 맞춤형 신약을 필요하다면 서방권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서방권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도 벌인다는 방침이다. 폐암은 미국과 영국에서도 드물지 않은 암질환이다.
하지만 모든 연구 프로젝트가 신약 개발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3년 전 간암 치료제를 개발한 사노피는 임상실험을 앞두고 사업 자체를 중도에 접은 바 있다.
임상실험 자체도 성공 보다는 실패할 확률이 더 높다. 제약업계 단체인 생명공학 혁신기구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5년 사이에 미국에서 임상실험을 거친 신약 가운데 10종 당 1종만이 시판 단계까지 진출했을 뿐이다.
사노피는 자체 연구시설에서 독자적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대신 중국 대학들과 제휴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 회사는 중국 대학과 손을 잡고 간암과 B형 간염, 당뇨병을 중심으로 약 10건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영국의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도 중국 대학들과 제휴해 위암과 만성 신장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수요가 큰 신약은 정부 보조금을 받아 환자들의 금전적 부담을 낮출 수 있다. 또한 의사들도 처방을 기피하기 어렵다. 세계적 제약사들을 중국으로 끌어들이는 또다른 배경이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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