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1945'가 복원한 해방후 만주의 평범한 사람들의 삶

입력 2017-07-06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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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1945'가 복원한 해방후 만주의 평범한 사람들의 삶

배삼식 3년만의 신작 연극 '1945'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최근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개막한 연극 '1945'는 하반기 연극계 기대작 중 하나로 꼽히는 작품이다.

'먼데서 오는 여자', '3월의 눈', '열하일기만보' 등의 작품으로 동시대 최고의 극작가로 평가받는 배삼식 작가가 3년 만에 내놓는 신작이라는 점에서다.

작품은 '해방'과 '독립' 같은 무거운 단어들로만 기억되는 1945년, 조선이나 일본이 아닌 만주를 배경으로 큰 주목을 받지 못한 그 시대, 그 공간에 살던 사람들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복원해 낸다.

작품은 1945년 해방 소식이 전해진 이후 만주에 살던 조선인들이 고향으로 돌아가는 열차를 타기 위해 머물던 전재민(戰災民) 구제소를 배경으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명숙과 미즈코 두 여인이 있다. 열차에는 조선인만 탈 수 있지만 명숙은 중국의 일본군 위안소에서 함께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낸 미즈코를 데려가기 위해 벙어리 동생으로 속이고 자매 행세를 한다. 구제소의 나날들은 자잘한 사건들 속에 흘러가고 드디어 조선행 열차표가 나왔지만 미즈코가 말하는 모습이 목격되면서 명숙 일행은 정체가 들통날 위기에 처한다.

명숙과 미즈코의 이야기가 극 중 가장 큰 갈등 요소가 되긴 하지만 연극은 사실 특별한 주인공이 없어 보인다. 큰 사건을 중심으로 한 갈등구조로 이야기를 이끌어가기보다는 구제소에 모인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들 하나하나에 작품의 주제 의식이 담겨있다.

유머러스하고 때로는 풍자적인 대사들이 재미를 더한다. 여기에 작품의 해설자 역할을 하는 '철이'와 '숙이' 두 명의 캐릭터가 아이들의 시선에서 이야기의 흐름을 설명해주며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작품의 분위기를 전환해준다. 덕분에 구제소는 칙칙하고 가라앉은 분위기 대신 밝고 삶이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그려진다.






해방공간의 일본인과 조선인, 그리고 일본인에 동조했던 조선인. 자칫 이분법적으로 그리기 쉬운 소재지만 작가는 쉽사리 좋고 나쁨을 평가하지 않는다. 명숙과 미즈코가 있던 위안소의 포주에게도 작가는 극 중 인물의 말을 빌려 '착한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진짜 그 인물인 것처럼 능청스럽고, 소심하고, 당당하고, '꼰대'스러운 인물들을 맡은 15명 배우의 자연스러운 연기는 165분(쉬는 시간 15분 포함)이라는 긴 러닝타임이 길지 않게 느껴지는 데 큰 역할을 한다.

공연은 30일까지 이어진다. 관람료는 2만∼5만원. ☎ 1644-2003.






zitro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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