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강남 만들기, 강남 따라 하기'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대한민국이 '아파트 공화국'으로 변모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집값은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는 '부동산 불패론'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이러한 질문들의 답은 모두 1970년대 서울 '강남' 개발에서 찾을 수 있다. 한강 남쪽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신도시가 조성된 뒤 전국 각지에서는 이와 유사한 형태의 신도시가 건설됐다. 강남은 분명 한국형 도시화의 모범 사례이자 전형이었다.
문제는 강남이 투기 지향적 도시개발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강남을 선호하는 이유는 지리적 위치가 좋기 때문이 아니다. 가파르게 상승하는 집값, 뛰어난 환금성, 우월한 사회적·문화적 자본 등이 강남을 특별한 지역으로 부상시켰다.
서울대 SSK동아시아도시연구단이 기획한 '강남 만들기, 강남 따라 하기'(동녘 펴냄)는 한국 도시화의 표상이 된 강남의 실체를 분석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강남 복제 현상을 살핀 책이다.
지리학과 사회학을 전공한 저자들이 가진 문제의식은 비슷하다. 한국에서 도시화는 곧 강남화였다는 것. 여기서 강남화는 강남의 물리적 주거환경뿐만 아니라 강남 특유의 문화까지 추종하는 것을 말한다.
박배균 서울대 지리교육과 교수는 "강남은 특정한 방식의 도시적 삶과 욕망을 표시하는 기호"라며 "강남식 도시성은 한국의 중산층이 꿈꾸고 지향하는 도시적 이상과 욕망이 되어 곳곳에서 복제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박 교수는 강남과 분당, 부산 해운대 인근의 고층빌딩 밀집 지구인 마린시티 거주자를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해 정돈된 공간, 고급 대단지 아파트와 자기충족적 세계, 한국 최초의 신도시라는 명예가 강남을 이상적 공간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어 한국의 도시 구조에서 강남이 정점에 자리 잡으면서 중산층은 주택과 도시를 '사용가치'가 아닌 '교환가치'의 측면에서 인식하게 됐다고 지적한다.
박 교수는 "사회복지가 발달하지 않았던 탓에 중산층은 자산가치에 집착할 수밖에 없었다"며 "부동산 가치 상승에 대한 욕망은 한국 자본주의의 토건 지향적 성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이렇게 강남화가 진전되는 동안 중산층에 끼지 못한 서민들은 전월세난과 주거비 상승으로 인해 피폐하고 불안정한 삶을 살게 됐다.
그는 '공생'의 가치를 실현하지 못하는 강남화에서 벗어나 대안적 도시 담론을 만들자고 제안한다.
박 교수가 생각하는 새로운 도시는 만남과 마주침의 장, 폐쇄적이지 않고 열려있는 공간이다. 그는 "도시를 사유재산의 집합물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같이 이용하는 공유재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투기 지향적 도시개발이 여전히 한국을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주장이 얼마나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576쪽. 2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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