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마다 개인 문집 제작에 학교 현장 "채울 수나 있나" 시큰둥
시의회 "왜 싼 장비 놔두고 비싼 거 구입하나" 예산 낭비 지적
(광주=연합뉴스) 여운창 기자 = 광주시교육청의 1학생 1문집 공방 사업이 학교 현실을 무시한 '책상머리 행정'이라는 지적이 시의회에서 나왔다.
학생이 문집을 만들 만큼의 글을 많이 쓰는지도 의문인 데다 수억 원의 예산을 들여 고가의 제본기를 학교마다 들이는 것도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다.
결국 문집은 교사들이 채우고 제작은 제본기를 관리할 학교도서관 사서들이 맡을 것이란 걱정이 벌써 나오고 있다.
6일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시 교육청은 2017년 1회 추가경정 예산으로 학교도서관 제본기 구입 예산으로 3억5천30만원을 편성, 시의회에 제출했다.
'1학생 1문집 공방'사업을 위해 1개교당 300만원의 제본기를 1대씩 구입하기로 했다.
1학생 1문집 공방 사업은 시교육청 산하 광주교육정책연구소가 체험교육과 독서프로그램 강화방안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다.
학생들이 쓴 독후감·편지·일기 등을 엮어 자신만의 문집을 구성하고 제본기로 직접 제작까지 해보자는 취지다.
하지만 학교 일선 현장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자신만의 문집을 엮을 만큼 콘텐츠가 풍족하지 않아 자신만의 문집 제작이란 애초 취지를 살리기 쉽지 않다는 우려가 크다.
광주시내 중학교의 한 국어교사는 "취지는 좋지만 아이들 개개인의 문집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인데 어차피 같은 반 친구들끼리 글을 모아 만드는 문집이 되지 않겠느냐"며 "주로 학원에서 많이 하는 프로그램이라 왠지 따라 한다는 느낌도 있어 찝찝하다"고 말했다.
굳이 비싼 제본기를 사들여 학교마다 둘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있다.
간편하게 문집을 만드는 방법들이 있는데 학생들이 손쉽게 만질 수도 없는 1대에 300만원이나 하는 고가의 열 제본기를 구매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시각이다.
예산을 심의하고 있는 시의회는 문집 속에 내용을 채우는 것은 담임교사나 사업 담당교사의 몫이고, 제작은 제본기를 관리하게 될 학교도서관 사서에게 떠넘겨질 공산이 클 것으로 예상한다.
또 학교 인근에서 제본을 해주는 소규모 사업자들의 일감을 뺏는 사업이 될 수도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시의회 문태환(광산2) 의원은 "시중에서 30만~40만원이면 살 수 있는 제본기도 다수 있는데 그보다 10배나 비싼 열제본기를 산다는 것은 예산 낭비가 될 수 있고 도서관 사서만 복사집 직원으로 만들 수 있다"며 "사업 추진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b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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