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 미사일방어 예산 늘려 …"한국에 사드 추가 배치" 주장도
"너무 비싸고 중국 반발 부른다"…반론도 만만찮아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성공으로 비상이 걸린 미국 알래스카 주(州)가 미사일 방어능력 향상을 위한 '로비'에 나섰다고 미 의회전문지 더힐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4일 북한이 쏜 '화성-14' ICBM을 정상궤도로 발사할 경우 알래스카 전역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와서다.
더힐은 북한의 ICBM 시험발사가 미국 내 미사일 방어 지출을 늘릴 것은 물론 아시아 지역에 더 많은 방어시스템을 배치하라는 요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알래스카를 지역구로 둔 댄 설리번 상원의원(공화)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알래스카 주민들은 가까운 미래에 알래스카에 도달할 수도 있는 미사일을 북한이 시험 발사했다는 충격적인 뉴스에 잠을 깼다"며 "우리로서는 어느 때보다 준비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설리번 의원은 최근 미 상원 군사위원회를 통과한 2018년 국방수권법(NDAA) 개정안을 거론하며 "그 법안이 우리의 미사일 방어능력을 크게 높여서 미국을 안전하게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빌 워커 알래스카 주지사는 더힐에 보낸 입장문을 통해 "북한의 핵무기 개발 노력에 관한 최근 뉴스는 왜 알래스카에 미군 전력을 증강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며 "외국 열강들과 가까운 우리의 지리적 위치와 북한의 시험발사를 고려할 때 그 필요성은 어느 때보다 긴급하다"고 강조했다.
돈 영(공화·알래스카) 하원의원은 대변인을 통해 "미사일 방어시스템과 인프라에 대한 새로운 투자를 계속 지지하고 있다"며 "최근 북한의 행동은 알래스카에 미사일 방어시스템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은 지상 기반 미사일 요격 시스템(GMD), 해군 함정에 배치하는 이지스 탄도미사일 방어체계(ABMD),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에 대비한 지상 기반 패트리엇 요격시스템,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등의 다양한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미 의회의 안보 강경론자들은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이런 미사일 방어체계에 대한 투자를 늘리라고 촉구해왔다.
실제로 미 하원은 NDAA를 통과시키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요청한 국방 예산 외에 이지스, 패트리엇, 사드에 사용할 25억 달러(약 2조9천억 원)의 예산을 추가로 승인하고 미사일방어청(MDA)에 우주 기반 센서와 요격 기술 개발계획을 만들 것을 요구했다.
상원 역시 NDAA 개정안에서 미사일방어청 예산으로 총 85억 달러(약 9조8천억 원)를 배정했는데 여기에는 GMD용 미사일 요격기 28대의 추가 구입이 포함돼 있다.
미 싱크탱크인 국가이익센터(CFTNI)의 해리 카자니스 국방연구국장은 미 의회의 미사일 방어 예산에 대해 "좋은 출발"이라고 평가하면서 "미국이 아시아에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배치하는 것은 북한의 공격 결정에 대한 '과속방지턱'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자니스 국장은 한국이 받아들일 경우 두 번째 사드 시스템을 배치하는 것이 좋고, 일본에도 사드 또는 또다른 방어체계인 '이지스 어쇼어'를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사일 방어체계 확대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반대론자들은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완벽하게 보호하지 못하는 방어시스템에 지나치게 많은 돈을 들이는 것일 뿐만 아니라, 한국과 일본에 배치하는 것이 중국을 자극해 역내 긴장을 부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중국의 '사드 경제보복'이 대표적인 사례다.
미 국방부에서 무기시험 운영평가국장을 지낸 필립 코일 군축·비확산센터(ACNP) 선임 과학고문은 "북한은 우리의 방어시스템을 뛰어넘기 위해 더욱더 공격적으로 미사일을 개발할 것"이라며 악순환을 염려했다.
특히 실패율이 60%에 이르는 GMD 등의 방어시스템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데 대한 회의론이 제기된다.
가장 최근 치러진 GMD 테스트인 지난 5월 시험이 성공적으로 끝났음에도 단 한 번의 시험에 무려 2억4천400만 달러(약 2천824억 원)의 거액이 투입된 것이 도마 위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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