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시 행정소송 패소로 관심 고조·시 "일반적인 행정절차로 재추진"
(속초=연합뉴스) 이종건 이재현 기자 = 강원 속초 청초호변 41층 레지던스호텔 건립사업이 속초시의 잇따른 행정소송 패소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41층 호텔 건립이 이뤄질 수 있을지에 관한 지역사회 관심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행정 1부(김재호 부장판사)는 지난 5일 청초호 41층 분양호텔 반대 시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와 청초호 주변 지역 토지주 등 12명이 속초시를 상대로 낸 '도시관리계획변경취소소송' 항소심에서 피고 속초시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도시계획 절차에 흠결이 있다고 판단한 원심은 적법하고,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다"고 밝혔다.
청초호변 41층 레지던스호텔 신축문제는 지난해 4월 서울의 한 업체가 속초시에 사업제안을 하면서 시작됐다.
해당 건물은 지하 2층, 지상 41층, 객실 수 876실 규모의 레지던스호텔이다.
41층은 도내에서는 가장 높은 건물이다. 사업비만 해도 2천270여억원에 달한다.
업체 측은 12층 6개 동을 비롯해 25층, 29층 등 여러 가지 건물형태를 놓고 속초시와 협의를 벌였다.
결국, 협의 끝에 41층 단일 건물로 호텔을 짓기로 하고 속초시에 도시계획시설 실시계획인가 신청을 했다.
41층 단일 건물 결정에는 좁은 면적에 저층으로 건물 여러 개를 지으면 일종의 장벽을 쌓은 것과 같아 도시 미관상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
하지만 속초시의 결정에 대해 지역 일부 시민 환경단체 등이 이의를 제기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이후 결성된 대책위는 41층 건물은 도시 경관을 해칠 뿐 아니라 청초호 철새 도래에도 지장을 준다며 반대했다.
또한, 해당 지역은 12층밖에 지을 수 없는 곳임에도 속초시가 층수 변경 문제를 경미한 사항으로 보고 도시계획심의위원회 심의 없이 41층으로 조정해준 것은 잘못됐다며 지난해 8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월 19일 춘천지법 강릉지원에서 열린 1심에서 재판부는 "경미한 변경사항으로 볼 수 없다"며 원고인 대책위의 손을 들어줬다.
1심에 불복해 항소한 속초시는 2심에서도 패소했다.
이에 속초시는 1심과 항소심 모두 경미한 변경으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린 만큼 경미하지 않은, 일반적인 행정절차로 41층 호텔 건축허가 민원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속초시는 "시민단체가 제기한 소송의 쟁점은 속초시가 호텔 층수 조정을 경미한 변경으로 처리해준 것이 잘못됐다는 것이고 이에 대한 패소이기 때문에 경미하지 않은 일반적인 절차로 해당 건물의 건축허가를 진행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과는 달리 행정소송 패소로 41층 건물 건립 자체가 불가능해진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속초시는 "2심 판결은 판결문을 받아봐야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있으나 1심 법원은 관련법에 따라 경미한 변경으로 층수 조정을 할 수도 있으나 12층에서 41층으로 조정한 것은 경미한 변경으로 보기에는 범위가 너무 크다는 것"이었다"며 "따라서 일반적인 행정절차인 주민 및 의회 의견청취와 관계기관 협의,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을 모두 거쳐 강원도 도시계획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미한 변경일 경우 행정기관은 관련법에 따라 이들 절차를 생략할 수 있고 41층 층수 조정을 경미한 변경으로 할 수 있다고 판단한 속초시는 이들 절차를 생략했었다.
현행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은 이미 결정된 세부시설의 변경은 경미한 사항에 해당해 도시관리계획 결정(변경) 시 행정절차를 생략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행정행위 간소화로 국민의 경제적, 시간적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모든 자치단체가 이 규정에 따라 도시계획 행정을 추진하고 있다.
속초시는 소송 패소로 일반적인 행정절차를 진행해야 할 경우를 대비해 주민 의견청취와 관계기관협의는 이미 진행해 놓은 상태다.
속초시 관계자는 "시민단체가 주장한 철새 도래와 경관훼손 등 환경문제는 아예 소송대상이 아니었고 절차적인 문제만 대상이었던 만큼 경미한 사안이 아닌 일반적인 사안으로 행정절차를 진행하면 된다"며 "강원도심의에서 층수 조정 없이 원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41층으로 건물을 건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속초시는 "시가 항소한 이유는 앞으로 겪을 수 있는 비슷한 사건에 대한 법률적 판단 기준을 명확히 해놓을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당연히 항소해야 할 사안이었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경미한 사항의 범위와 기준 설정, 일관된 도시계획 행정업무 추진을 위해서는 관계 법령 개정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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