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신뢰받는 '경제검찰'로 거듭나기 위한 신뢰성 제고 태스크포스(TF)를 꾸린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6일 기자간담회에서 "(아래로부터 의견을 모으는) 바텀업(BOTTOM-UP) 방식의 공정위 신뢰제고 프로세스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심판관리관, 감사담당관, 노조 등이 참여하는 TF를 두 달간 운영하기로 했다. 위원장이나 사무처장, 주요 국장 등 고위 간부는 모두 배제된다. 이 TF는 공정위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행동강령과 조사ㆍ사건절차 규칙을 뜯어고치는 개혁안을 만든다고 한다. 심판관리관은 위원회 심의절차의 투명성 제고 방안을 만들고 감사담당관은 국ㆍ과 단위로 내부 의견을 수렴하는 역할을 한다. 노조는 6급 이하 직원들이 조사현장에서 느끼는 애로사항을 들어 개선안에 반영한다. 공정위는 이렇게 초안이 만들어지면 국회 의견도 듣고 외부토론회를 거쳐 9월께 최종안을 확정하기로 했다.
김 위원장이 직접 이 방안을 발표한 것은 공정위 신뢰성 논란을 그대로 두고서는 새 정부의 공정시장 개혁을 추진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문재인 정부가 강조해온 경제민주주의 실현의 핵심 부처다. 하지만 고위 간부나 직원들이 퇴직 후 대형 로펌이나 대기업으로 옮겨 '전관예우'를 받으며 기업의 로비스트로 활동하는 사례 등으로 공정위 신뢰성은 끊임없이 논란의 대상이 돼왔다. 지금까지 공정위 심판관리관을 지낸 10명 가운데 7명이 퇴임 후 대형 로펌으로 갔다고 한다. 공정위는 지난해 검찰의 최순실 국정농단 수사 과정에서 압수수색을 당했고 위원장과 부위원장도 조사를 받았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때 처분해야 할 삼성물산 주식 수를 1천만 주에서 500만 주로 줄여줬다는 의혹과 관련된 것이었다. 공정위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질 만하다.
그러나 새 정부 들어 공정위 업무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른바 '김상조 효과'다. 김 위원장은 "재벌개혁 이슈와 가맹사업 문제에 더해, 최근 유럽 집행위원회의 구글 규제로 4차 산업혁명의 다이내믹한 시장질서를 어떻게 구축하느냐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사건처리, 퇴직자 재취업과 관련해 국회와 언론에서 신뢰 문제를 제기했다"며 "사건처리 통제 강화와 퇴직공무원 윤리규정 제정 등 대책을 추진해왔으나 불신과 우려가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과거 공정위 문제를 국민에게 고백하고 사과하는 자리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김 위원장 취임 후 공정위의 칼날은 대기업뿐 아니라 프랜차이즈 업계 등의 '갑질' 관행을 겨냥하고 있다. 영세 입주점을 울려온 대형 유통점과 일명 '카테고리 킬러'라고 불리는 전문점까지 공정위 사정권에 들어갔다. 막바지 단계에 있는 대기업집단 일감 몰아주기 실태조사가 끝나면, 문제가 드러난 대기업들에 대해 직권조사도 벌일 예정이다. 하지만 공정위가 시장질서를 바로잡고 재벌개혁을 완수하려면 국민의 신뢰부터 회복해야 한다. 공정위의 이번 신뢰회복 프로세스를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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