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최측근…20여 년 간 교황청 '입' 역할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측근으로 20여 년 간 교황청의 입 역할을 한 호아킨 나바로-발스 전 대변인이 80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그가 소속된 교황청 직속 가톨릭 단체인 오푸스 데이는 5일 나바로-발스 전 대변인이 오랜 투병 끝에 이탈리아 로마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그는 췌장암을 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 출신으로 의학과 언론학 복수 학위 소유자인 그는 마드리드의 일간 ABC 특파원으로 활동하던 1984년 교황청 대변인 직에 오른 뒤 2006년 7월까지 22년 동안 자리를 지켰다.
기자 출신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교황청 대변인이 된 그는 2005년 선종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호흡을 맞춰 교황청 기자실의 운영을 현대화하고, 재위 시 100여 차례 해외 순방을 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근접 수행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교황청은 그가 대변인을 지내던 시절 기자실 운영에 컴퓨터를 도입하고, 이탈리아어에 편중돼 있던 언어 사용을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를 포함한 다국어로 확대하는가 하면 언론 접근성을 늘리는 등 현대화 작업을 거쳤다.
그는 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1997년 역사적인 쿠바 방문을 앞두고는 몇 달 전 쿠바를 방문,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피델 카스트로 당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만남의 사전 정지 작업을 수행하는 등 민감한 외교적 임무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도 했다.
정신의학 전문가로서 정중하고, 차분한 성격으로 유명했던 그는 2005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선종 직전에는 교황의 병세를 공지하는 브리핑 도중에 울음을 터뜨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의 끈끈한 관계를 짐작케 했다.
그는 후임 베네딕토 16세의 즉위 이후에도 15개월 동안 교황청 대변인으로서의 임무를 계속한 뒤 2006년 은퇴했다. 평생 독신으로 산 그는 퇴임 이후에도 로마의 오푸스 데이 처소에 머물러 왔다.
그렉 버크 교황청 대변인은 "나바로-발스는 신실한 인간이자 투철한 언론인"이었다고 평가하며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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