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美 '초강경'에 중·러 '역성', 꼬이는 대북제재

입력 2017-07-06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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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美 '초강경'에 중·러 '역성', 꼬이는 대북제재

(서울=연합뉴스) 미국이 북한의 '화성-14형' 시험발사 이후 초강경으로 치닫고 있다. 화성-14형이 미국 본토까지 위협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확인되면서 기존 안보정책을 바꿔야 하는 '게임체인저'로 받아들이는 듯하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5일(현지시간) 긴급 소집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우리가 갖춘 여러 능력 가운데 하나가 막강한 군사력"이라면서 "그것을 사용해야만 한다면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비록 "우리는 그 방향으로 가지 않는 것을 선호한다"고 덧붙이기는 했으나 군사행동 옵션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분명한 경고로 해석된다. 미국은 당장에라도 군사행동에 나설 준비가 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방부 발표에 따르면 미국은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를 연료주입 단계부터 손바닥 보듯 들여다봤다. 폭스뉴스는 이와 관련해 "미 국방부가 역내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통해 격추 결정을 할 수도 있었지만 북미지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시도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군사행동에 나설 수도 있었지만 그럴 필요가 없어 하지 않았다는 얘기로 들린다.



헤일리 대사는 안보리 회의에서 "유엔 결의안을 위반한 북한과 무역하는 국가들에 대한 교역을 단절할 준비가 돼 있다"는 말도 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대북제제 결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갈 것"이라며 중국 등을 압박했다. 군사행동 옵션, 세컨더리 보이콧, 독자제재 등 지금까지 자제했던 초강력 경고를 모두 쏟아낸 것 같다. 그러나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이달의 의장국인 중국의 류제이(劉結一) 대사는 "대북 군사수단은 옵션이 아니다"라고 반박했고, 블라디미르 사프론코프 러시아 차석대사도 "군사수단은 용인할 수 없다"고 가세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국 배치가 역내 안정에 심각한 타격을 가할 것이라며 사드배치 중단을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두 나라는 이번에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ICBM인지도 확실치 않다고 주장했다. 회의 내내 미국이 주장하면 중국이 먼저 반박하고 러시아가 거드는 형태로 공방이 이어졌다고 한다. 지난 4일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갖고 "대화와 협의만이 유일한 효율적 방안"이라는 요지의 공동성명을 낸 뒤 양국의 공조가 더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그간 제안해온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쌍궤병행(雙軌竝行·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 구상을 러시아가 지지하는 모양새다. 두 나라 모두 북한의 체제 안정이 제재와 압박을 통한 비핵화보다 자신들에게 이익이 된다고 보는 것 같다.



미국과 중·러가 이렇게 대결, 갈등 상황으로 가면 북한에 대한 원유공급 중단이나 북한 근로자 송출금지같이 강력한 추가 유엔 제재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유엔에서 티격태격하는 사이 추가제재는 물 건너가고 북한에 6차 핵실험이나 ICBM 고도화의 시간만 벌어주기에 십상이다. 북한 문제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려고 하는 우리 정부로서는 답답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면 북핵과 미사일 문제의 해결은 더 요원해진다. 우리 입장에서는 미국과 굳건한 대북 공조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중국과 러시아도 우리를 지지하도록 계속 설득해야 한다.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 같은 난제지만 마땅히 다른 길이 보이지 않는다. 결국 북한 문제는 인내심을 갖고 차분히 풀어갈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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