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 서부 해안의 섬인 사르데냐의 분리 독립을 주장해온 유명한 활동가가 2개월 간의 옥중 단식 투쟁 끝에 사망했다.
이탈리아 뉴스통신 ANSA에 따르면 사르데냐 분리 독립 운동가인 살바토레 멜로니(74)가 5일 사르데냐 주도 칼리아리의 한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조세 포탈 혐의로 지난 4월 하순부터 복역 중이던 그는 투옥 후 약 2개월 가량 감방에서 단식 투쟁을 벌이다 건강이 악화됐고, 사망 며칠 전부터 의식 불명 상태에 이른 것으로 보도됐다.
전직 트럭 운전사인 그는 2008년 9월 사르데냐 섬의 서해안에 위치한 작은 섬 '말 디 벤트레'를 점유한 뒤 독립을 선언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고대 로마 시대 유적을 품고 있는 이 섬을 사르데냐 주민들이 부르는 명칭을 따 '말루엔투 공화국'으로 명명한 뒤 스스로를 대통령으로 선언하고, 텐트로 공식 주거지를 짓는가 하면 자체 통화를 발행하기도 했다. 당시 코소보, 남오세티아 등의 분리 독립주의자들로부터 영향을 받은 멜로니와 그의 추종자들은 궁극적으로는 이탈리아의 자치주인 사르데냐의 독립을 목표로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와 추종자 5명은 영국 사업가 존 밀러의 사유지인 말 디 벤트레를 불법 점유한 혐의로 기소돼 투옥됐다. 1972년 이래 이 섬을 소유하고 있는 밀러는 2014년 120만 파운드(약 18억원)에 섬을 매물로 내놓기도 했다.
한편, 그는 1980년대에는 축출된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국가원수와 공모해 사르데냐의 분리 독립을 획책한 혐의로 9년 간 복역한 바 있다.
그는 평소 이탈리아를 '외국'이라고 간주하며 세금을 내지 않겠다는 뜻을 고수해왔으며, 이탈리아 당국이 그를 조세 포탈 혐의로 기소한 것은 사르데냐 독립 운동을 막는 처사라며 반발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사르데냐를 포함해 20개 주로 구성된 이탈리아는 과거 수 많은 도시 국가와 왕국이 번성해 지역색이 강한 나라로 꼽힌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인 북부 베네토 주도 2014년 분리독립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하는 등 분리 독립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분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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