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주요국, "타국 항만 추가 개방해야" 의견엔 일제 반대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독일이 이탈리아로부터 수용하는 난민의 수를 연간 3천명씩 늘릴 예정이다.
미카엘 로트 독일 외교부 차관은 6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개막한 이주 관련 국제 회의에서 독일이 이탈리아에서 받아들이는 월간 난민의 수를 현행 500명에서 750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독일이 이탈리아에서 인계받는 난민 수는 한해 3천명 증가하게 된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이탈리아가 지중해를 건너 아프리카나 중동에서 유럽으로 넘어오는 난민 부담을 홀로 지는 것에 한계에 부딪혔다며 유럽연합(EU) 회원국에 부담을 나눠질 것을 촉구하고 나선 가운데 나온 것이다.
지난 3년 간 아프리카와 중동 출신 난민 50만명이 유입된 이탈리아에는 올 들어서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19% 늘어난 약 8만4천명의 난민이 밀려들며 난민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탈리아는 지중해를 건넌 난민 90% 이상이 이탈리아로 들어오는 현 상황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며 EU 회원국들이 난민 수용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난민구조 비정부기구(NGO) 등 외국 선박의 이탈리아 항만 입항을 금지시킬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로트 차관은 '연대와 안보라는 공동 목표를 위한 공동 책임'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날 회의에서 "독일은 가장 많은 난민을 수용해온 국가"라며 "더 많은 것을 하기 위해 이탈리아 측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안젤리노 알파노 이탈리아 외교장관이 주재한 이날 회의에는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스페인, 몰타 등 유럽 주변국 외교부 고위 관리뿐 아니라 난민들의 주된 출발 또는 경유 국가인 리비아, 차드, 이집트, 수단, 튀니지, 에티오피아 등의 관료들도 참석했다.
로트 차관은 독일은 난민 추가 수용 이외에도 이탈리아가 난민 위기에 대처할 수 있도록 올해 100만 유로를 추가로 지원하고, 국제이주기구(IOM)에도 모로코와 튀니지 개입 명목으로 400만 유로를 추가로 전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아울러 "다른 나라들도 현재의 난민 위기 대처를 돕기 위해 좀 더 관여를 늘려야 한다"며 "독일만 이탈리아 편에 서서는 도움이 되질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난민들이 경유하는 국가나 난민들의 출발 국가 역시 자국민을 책임지려는 노력을 해야하는 건 자명한 일"이라며 "평화와 안정을 외부로부터 이룰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EU와 터키가 작년 3월 난민송환 협정을 맺은 이후 리비아와 이탈리아를 잇는 지중해 중부 루트로 대부분의 난민들이 몰리며 이탈리아의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이곳에서 구조된 난민들이 이탈리아뿐 아니라 다른 유럽 국가의 항구로도 이송돼야 한다는 요구를 지속할 것이라고 이탈리아 내무 장관은 밝혔다.
마르코 민니티 내무장관은 이날 에스토니아 탈린에서 열린 EU 내무장관 회담 직후 이탈리아 측의 주장에 다른 나라들이 난색을 표하고 있지만 이 문제는 내주 EU 국경통제 기관인 프론텍스가 주재하는 회의에서 정식 안건으로 논의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마스 데메지에르 독일 내무장관은 탈린 회의에 앞서 "이탈리아 측 의견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다른 나라에)추가로 항만을 여는 것은 더 많은 난민들이 지중해를 건너는 것을 감행하도록 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프랑스와 스페인,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역시 "더 많은 항만을 개방하는 것은 난민 문제 자체를 해결할 수 없다"며 반대를 표명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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