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러시아 해커 조직으로 추정되는 '팬시 베어스'가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특정 선수에게 미리 도핑 테스트 결과를 전달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특정 선수는 '장거리 육상 영웅' 모 패라(34·영국)다.
AP통신과 BBC 등 주요 언론은 7일(한국시간) "팬시 베어스가 IAAF와 패러의 관계를 의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팬시 베어스가 내세운 근거는 이 조직이 IAAF를 해킹해 획득한 '도핑 자료'다.
팬시 베어스는 "패라의 선수생체여권(Athlete Biological Passport)을 보면 일시적으로 호르몬 이상을 보인 시점이 있다. 지난해 4월 얻은 자료에는 패라는 '금지약물 복용 의혹'으로 분류돼 있었는데 지금은 '정상'으로 분류했다"며 "판단 근거도 확실하지 않지만, 분석 결과를 패라에게 미리 알린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패라의 약물 복용 의혹도 제기하는 뉘앙스다. IAAF가 특정 선수에게 도핑 테스트 결과를 미리 알리는 것도 규정 위반이다.
패라는 즉각 반박 성명을 냈다.
패라는 "나는 수없이 많은 도핑 테스트를 받았고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약물에 관한 의혹에서 자유롭다"며 "IAAF로부터 도핑 테스트 결과를 미리 통보받는 부도덕한 일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IAAF도 "우리가 패라에게 연락을 취한 적도, 패라가 우리에게 연락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패라는 2012년 런던올림픽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남자 5,000m와 10,000m를 연거푸 석권한 육상 장거리 스타다.
올림픽 남자 5,000m와 10,000m 2연패에 성공한 건, 1972년 뮌헨과 1976년 몬트리올 대회에서 이 부문을 연속해서 석권한 라세 비렌(핀란드) 이후 40년 만이다.
아프리카 소말리아 출신으로 8살 때 영국으로 이주해 성공 신화를 쓴 이력도 패라를 더 돋보이게 한다.
하지만 패라의 전 코치인 알베르토 살라자르가 최근 '소속 선수에게 금지약물 복용을 권했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으면서 패라를 향한 의혹도 커졌다.
패라는 "살라자르와 함께 훈련한 기간이 매우 짧다. 약물에 대한 얘기는 나눠본 적도 없다"고 항변했다.
세계반도핑기구(WADA)와 IAAF를 해킹해 자료를 모은 팬시 베어스는 꾸준히 패라의 도핑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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