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명해진 한미일-북중러 구도…베를린 구상 추진 '험로' 예고

입력 2017-07-07 10:09   수정 2017-07-07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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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해진 한미일-북중러 구도…베를린 구상 추진 '험로' 예고

北 ICBM 발사에 한미일 제재 강화 일치…중·러는 '어깃장'

미중 갈등 커지면 평화체제 병행 외교 공간 좁아질 우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미사일 발사 이후 '동북아 신냉전'으로 불리는 한·미·일과 북·중·러의 대치 구도가 한층 선명해지는 양상이다.

5∼6일(이하 현지시간) 독일 함부르크와 미국 뉴욕의 상황은 이를 극적으로 보여줬다.

함부르크에서 7∼8일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막 전날인 6일 만난 한미일 정상은 북한 ICBM 발사에 대해 더욱 강력한 안보리 결의를 신속하게 도출해 북한에 대해 이전보다 훨씬 강화된 압박을 가하는 게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설명했다.

특히 미국은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의 개인과 기업에 대해 추가 제재를 적극적으로 검토한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져 본토에 대한 위협으로 성큼 다가온 북한 핵·미사일에 맞서 미중관계를 흔들 수 있는 독자 제재인 세컨더리보이콧(특정국가와 거래한 기업에 대한 일괄 제재) 사용을 배제하지 않고 있음을 짐작케 했다.

반면 5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는 러시아가 지난 4일 북한이 쏘고 스스로 ICBM이라고 밝힌 미사일에 대해 '중거리 미사일'이라고 주장하면서 결국 언론 성명 채택이 무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과 러시아는 제재 강화를 요구하는 미국에 맞서 대화를 요구하고, 주한미군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대를 표명함에 따라 접점을 찾기는 어려웠다.

안보리에서의 이런 갈등은 이미 예견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의 중국 본토 은행 제재, 대만으로의 무기판매 승인 등 최근 일련의 조치는 지난 4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의 정상회담 이후 조성된 미중간 대북정책 관련 밀월기가 끝났음을 보여준 일로 평가됐다.

중국은 전략적 완충지대로 보는 북한의 명줄을 위협할 정도의 제재는 하지 않으려 한다는 점을 체감한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경제·외교·정치적 카드를 두루 동원해 중국이 고강도 대북압박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되도록 만들려는 태세다.

이런 상황은 문재인 대통령이 6일 베를린에서의 연설을 통해 밝힌 이른바 '베를린 구상'에 난관을 예고하고 있다. 동북아에서 전략경쟁을 펴고 있는 미·중을 한 테이블에 앉게끔 하는 우리의 역할 공간이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베를린 구상은 북핵문제와 한반도 평화체제를 포괄적으로 접근해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평화협정 체결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북한 체제의 안전을 보장하는 한반도 비핵화를 추구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연설 내용이 말해주듯 북한이 미국에 대해 느끼는 안보상 위협을 해소하기 위한 평화협정 체결, 북미관계 정상화 등을 위한 협상을 비핵화 협상과 병행하는 구상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북한이 비핵화를 철저히 거부하며 핵·미사일 개발로 폭주하면 평화체제 협상 병행론을 띄우기가 여의치 않을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중국·러시아는 찬성하더라도 미국·일본은 '제재 동력을 저하시키고 비핵화 협상에 대한 집중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이유로 시기상조론을 펼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에서 한중정상회담이 무난한 분위기 속에 열렸지만 중국이 사드 철수에 대한 요구를 거두지 않고 있는 점도 우리 정부로서는 어려운 대목이다.

지난달 30일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사드 배치 철회 불가를 미국에 사실상 약속한 터에, 북핵 프로세스가 꽉 막힌 현 상황에서 '북핵이 해결되면 사드는 필요없어진다'는 우리의 논리에 중국이 선뜻 동의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정부는 전날 열린 한미일 정상만찬에서 고강도 제재를 추진한다는데 미·일과 뜻을 같이하면서 일단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 제재·압박 강화에 호응하는 등 '호랑이 등'에 올라탄 형국이다.

그와 동시에 추석 이산가족 상봉,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적대행위 중단 등 베를린 구상에 담은 대북 제안들에 대한 북한 반응을 지켜보면서 평화체제 구상을 포함하는 '포괄적 외교'의 공간을 만들기 위한 모색을 이어갈 전망이다.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 출신인 위성락 전 러시아 주재 대사는 "우리 외교의 공간은 미중관계가 최근 삐걱대면서 좁아졌는데 북한의 도발로 더더욱 좁아진 상황"이라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위 전 대사는 "현재 미국 중심의 압박 전선이 압도적으로 움직이고 있고, 우리는 그에 발을 디딘 동시에 (대통령의 베를린 연설을 통해) 우리의 좌표를 던진 상황"이라며 "우리의 입지나 역량상 혼자 할 수 있는 공간은 작기 때문에 국제적 흐름을 주시하면서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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