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등 투자할 경우 러' 관할권 인정" 곤혹
일, 공동경제활동에 러시아법 아닌 "특별 제도" 적용 요구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러시아가 일본과 영토분쟁 중인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를 포함한 해역 일대의 섬들을 독자적인 경제특구로 지정키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져 일본이 크게 당혹해 하고 있다.
러시아 극동지역을 총괄하는 유리 페트로비치 트루트네프 러시아 연방 부총리 겸 극동 담당 전권대표는 6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쿠릴열도를 포함한 일대 섬 지역을 경제특구로 지정해 현지에 투자하는 기업에 세제상의 우대조치 등을 주기로 했다고 밝힌 것으로 NHK와 아사히(朝日), 요미우리(讀賣) 등 일본 주요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트루트네프 부총리는 "1주일 이내에 서류를 준비해 정부에 제출하겠다"며 연방정부 각료회의에 상정할 계획임을 내비쳤다.
경제특구 지정은 한국과 중국 등 일본 이외 국가들의 투자유치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NHK는 일본 이외 국가의 투자가 이뤄지면 해당 섬들에 대한 러시아의 관할권을 인정하는 셈이 돼 일본과 러시아 양국이 추진 중인 해당 섬들에서의 공동경제활동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해당 섬들에서의 공동경제활동에 러시아법과 제도를 적용할 경우 러시아의 관할권을 인정하게 된다는 논리에 따라 해당 지역에만 적용하는 "특별한 제도"에 따라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사히 신문도 양국이 공동경제활동에 관한 협의를 진행 중인 가운데 경제특구 지정 계획을 발표한 것은 러시아법에 따른 개발을 받아들이도록 일본 측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극우성향의 산케이(産經)신문은 작년 말 일본과 공동경제활동에 관한 협의를 시작하기로 합의하자 특구지정을 연기하기로 했던 러시아가 갑자기 특구지정을 들고 나온 건 독일에서 열리고 있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맞춰 추진 중인 양국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본을 흔들어 보려는 것일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작년에 산업육성을 겨냥해 쿠릴열도에 특구를 창설한다는 방침을 내비쳤으나 12월 양국 정상회담에서 공동경제활동을 위한 협의를 시작하기로 합의하자 특구 지정 절차를 연기했다.
공동경제활동과 관련, 양국 정부는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일까지 닷새간 현지조사단을 쿠나시르(일본명 구나시리), 이투룹(에토로후), 시코탄 등의 쿠릴 섬들에 파견했다. 조사단은 3개 섬의 공항
및 부두, 수산물 공장, 에너지·보건·관광 시설 등을 둘러보고 양국 간 공동경제활동 가능성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현지 조사결과를 토대로 채산성 등을 정밀분석해 대상 사업을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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