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빈자리'에서 역할론 주장, 새 정부와 소통 '잰걸음'
"정작 필요할 때 역할 못해", "중소기업은 또 뒷전" 등 비판도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 대한상의(회장 박용만)가 문재인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의 첫 회동을 추진하면서 명실상부한 '재계 대표'를 자임하고 나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문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동참한 경제인단 구성을 주도한 데 이어 과거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몫으로 통했던 대통령과 재벌총수 회동 일정까지 조율하면서 역할론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중견·중소기업들도 함께 챙겨야 할 대한상의가 과거 관행을 버리지 못하고 주요 대기업만 챙기는 게 아니냐는 등의 비판도 내놓고 있다.
7일 재계에 따르면 대한상의는 문 대통령과 국내 15대 주요 그룹 총수의 첫 회동을 추진하기로 하고, 다음 주에 이들 그룹의 최고경영자(CEO)급 임원들을 불러 사전 조율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이달 내에 문 대통령과 그룹 총수들이 회동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근혜·이명박·노무현 전 대통령의 임기 초반 주요 그룹 총수들과의 첫 회동은 매번 관행적으로 전경련이 주도했다. 청와대 회동에서 재계 대표로 나선 것도 예외 없이 전경련 회장이었다.
그러나 전경련이 '최순실 사태'에 연루돼 해체 수순의 위기를 겪고,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최근 정부와 껄끄러운 관계를 보이는 가운데 상의가 스스로 '위상 높이기'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잇따라 초청해 강연을 주선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문 대통령과 재계 총수 간 회동이 성사될 경우 자연스럽게 일자리 창출을 핵심으로 하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놓고 '협력 방안'이 집중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 정부의 재벌개혁 정책과 규제개혁 등도 의제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서는 대한상의가 '재계 대표주자'의 입지에 집착하면서도 정부에 제대로 '쓴소리'를 못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동시에 중견·중소기업들은 "또 대기업만 챙긴다"는 볼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기업 관계자는 "전경련이 제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대한상의가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경총과는 달리 재계 입장을 제대로 대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재계 관계자도 "대한상의를 포함해 그동안 모든 경제단체가 제 역할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정작 필요할 때는 정부 정책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게 사실 아니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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