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의 딜레마' 빠진 선사들…선복과잉속 초대형선 대거 발주

입력 2017-07-07 15:07  

'죄수의 딜레마' 빠진 선사들…선복과잉속 초대형선 대거 발주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세계 해운업계가 선복 과잉에 따른 운임 하락으로 고전하는 가운데 중국선사인 코스코와 프랑스의 CMA-CGM이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대거 발주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이를 두고 글로벌 선사들이 아직도 '죄수의 딜레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7일 주장했다.

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코스코는 자회사인 차이나코스코홀딩을 통해 12척의 신조 컨테이너선을 발주했다.




코스코가 자국 조선소에 건조를 맡긴 선박은 2만1천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6척과 1만3천500TEU급 8척으로 2023년에 인도받을 예정이다.

코스코는 올해 6월 기준 173만TEU인 선복량을 내년 말까지 200만TEU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미 1만8천TEU급 11척을 포함해 총 32척, 53만TEU의 신조선을 내년까지 인도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새로 발주한 선박을 합치면 선복량은 359척, 250만TEU로 늘어나게 된다.

세계 3위 선사인 프랑스 CMA-CGM은 2만TEU급 6척을 한국의 조선 3사에 발주했고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 3척을 추가로 발주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464척(234만TEU)를 운항하는 CMA-CGM의 선복량은 발주잔량 17척(17만TEU)에 이번에 발주한 9척(18만TEU)를 합치면 269만TEU로 늘어난다.

해양수산개발원은 코스코와 CMA-CGM의 선복량은 앞으로 2년 내에 41만TEU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운항하는 1만TEU급 이상 초대형선박은 선령이 10년 이내여서 해체되는 배가 없기 때문에 두 선사의 선복량 증가는 고스란히 세계 해운시장의 공급 증가로 이어진다.

따라서 여전히 공급 과잉이 심각한 기간항로의 수급 여건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해양수산개발원은 분석했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피치사는 올해 기간항로의 완만한 운임 상승에도 불구하고 컨테이너선 시황 회복은 선복량 감축을 통한 수급 균형에 의해서만 가능하고 공급의 증가를 초래하는 신조선 발주보다는 선사 간 인수합병이 가장 좋은 대안이라고 제시한 바 있다.

코스코와 CMA-CGM의 초대형 선박 대량 발주는 시장점유율 경쟁과 비용경쟁력 제고를 위한 전략이지만 결국 공급과잉을 심화시켜 이제 회복단계에 접어든 해운 시황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해양수산개발원은 예상했다.

이같은 글로벌 대형 선사들의 선복량 확대는 규모가 적은 국적 선사인 현대상선과 SM상선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터미널 운영사들에 대한 하역료 인하 압력이 강해지는 등의 악영향을 가져올 우려도 있다.

해양수산개발원 관계자는 "두 선사의 초대형 선박 대량 발주는 글로벌 선사들이 아직도 '죄수의 딜레마'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심리학과 경제학에서 쓰이는 용어인 '죄수의 딜레마'는 자신의 이익만을 고려한 선택이 결국에는 자신은 물론이고 상대방에게도 불리한 결과를 가져오는 상황을 뜻한다.

lyh9502@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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