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ㆍ영덕에 투기성 주택 600여채 난립…원룸 크기 안 되는 조립식에 터 쪼개 짓고
(울진·영덕=연합뉴스) 임상현 기자 = 경북 울진과 영덕에 새 원전 건설이 사실상 물 건너가자 투기꾼들이 보상을 노리고 지은 집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신한울원전 3·4호기와 영덕 천지원전 건설 계획이 알려지자 예정지 주변에는 7∼8년 전부터 투기성 주택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대부분 투기꾼이 보상을 노리고 형식으로 지은 유령주택으로 신규원전 건설이 좌초하면 쪽박을 찰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 나돈다.
신한울 3·4호기는 2022년 12월과 2023년 12월, 영덕 천지원전은 2026∼27년까지 2기를 짓기로 했으나 새 정부 탈원전 정책으로 현재 추진을 중단하거나 보류한 상태다.
투기성 주택은 신한울 3·4호기 예정지인 울진군 북면 일대와 천지원전 예정지인 영덕군 영덕읍 석리와 노물·매정리, 축산면 경정리 일대에 각각 300여채에 이른다.
한국수력원자력이 건설사업 계획을 공고한 2014년 12월 이전 주택에 한정해 보상한다는 점을 알고 그전에 모두 등기를 마쳤다.
대부분이 일반 원룸 크기도 안 되는 18㎡(5.4평)짜리 조립 주택이거나 터를 공동으로 사들여 쪼갠 뒤 여러 채로 지은 것이다.
특히 울진 북면 고목 2리는 2010년 이전 40가구에서 지금은 230여 가구로 늘어났다. 사업계획을 공고한 뒤에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새로 지은 건물이 80채에 이른다.
지상 건축물 보상을 노리고 창고를 짓고 심지어 농경지에 과실수를 심기도 한다.
이 때문에 이곳은 3.3㎡에 20만∼30만원이던 땅값이 현재 70∼80만원으로 3배가량 급등했다.
이전 신한울원전 1·2호기 건설 때도 인근 덕천리 주민은 토지·주택 보상 외에 집단이주, 생계지원 사업비로 가구당 2억5천만원을 받았다.
이 소식에 투기 세력이 달려드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여기에 일부 지역 유지도 자녀 명의나 친인척을 동원해 투기에 가담했다는 말이 나온다.
한울원전 관계자는 "새 원전 편입 터에 들어선 300채 가운데 순수 주민 집은 40∼50채 정도고 대부분은 보상을 노린 외지 투기 세력이 개입한 집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 이상구(55)씨는 "새 원전 건설이 사실상 물 건너가자 시세보다 3배 이상 올랐던 임야와 논밭 가격이 폭락하고 있으나 거래는 전혀 없다"며 "투기 목적으로 산 사람은 자칫하면 쪽박을 찰 수도 있다"고 했다.
sh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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