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주총 안건반대 2.8%…"스튜어드십 코드 파급력 상당할 것"
(서울=연합뉴스) 임은진 기자 = 문재인 정부 들어 기관투자자의 주주권 행사를 강화하는 스튜어드십 코드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증시 큰 손'은 여전히 '거수기' 역할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8일 대신지배구조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국내 상장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제언Ⅱ'에 따르면 올해 기관투자자가 상장 회사의 정기주총에서 안건에 반대한 비율은 2.8%에 불과했다.
의결권 행사를 공시한 기관투자자 112곳이 상장사 701곳의 정기주총 안건 2만169건 가운데 반대한 안건이 563건에 그친 것이다.
연구소가 주총 안건별로 분석해 반대의견을 권고한 비율(20.9%)의 10분의 1 수준이다.
대표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의 반대율은 11.4%로, 역시 연구소가 권고한 반대율보다 낮았다.
국민연금은 올해 533개 상장사의 정기주총에서 3천607개 안건 가운데 411건을 반대한 것으로 연구소는 분석했다. 다만 공단의 안건 반대 기준이 연구소와 다를 경우 반대율은 차이가 날 수 있다.
기관투자자가 의결권을 행사한 상장사 가운데 안건 반대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효성(18.2%)으로 나타났다.
22곳의 의결권 행사기관 가운데 4곳이 반대 의견을 냈다.
다음으로 포스코(15.9%), 현대모비스(8.8%), 삼성물산(8.3%) 등이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기관투자자 중에서는 이들 기업의 정기주총에서 아예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은 곳도 있었다.
포스코의 올해 정기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은 기관은 1곳이었고, 현대모비스[012330]는 3곳, 삼성물산[028260]은 2곳으로 집계됐다.
연구소는 기관투자자의 적극적인 관여를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제안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이후 5년 이상 지난 나라인 네덜란드와 영국, 캐나다의 주주가치 지표는 크게 개선됐다.
이들 세 국가의 평균 배당성향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전후로 각각 55.54%→69.41%, 69.33%→74.63%, 48.15%→72.98%로 높아졌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12월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되면서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가 늘어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8일 현재 스튜어드십 코드에 참여하겠다고 신청서를 냈거나 확정된 곳은 모두 40여 개에 달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 KB자산운용, 한국투신운용, 한화자산운용, 키움투자자산운용, 티에스인베스트먼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등 주요 자산운용사들이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 계획서를 기업지배구조원에 제출했다.
국내 최대 큰 손인 국민연금기금은 정부의 요구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상장기업들의 지배구조가 개선되고 투명성이 높아져 그동안 국내 증시에 꼬리표처럼 달려 있던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가 공적 연금을 통해 민간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연금 사회주의나 경영권 침해에 대한 우려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기관투자자가 스튜어드십 코드를 제대로 이행하는지 점검하는 제도를 추가로 마련해 보완해 나가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조명현 기업지배구조원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코스피 상승에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정책 강화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했음을 체감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간 주도 형태로 만들어진 자율 지침이지만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의 파급력은 상당할 것"이라며 "한국 자본시장 발전에 중요한 획을 그을 사건"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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