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관세청 면세점 업무 담당자, 박근혜·신동빈 재판 증언
롯데 "면세점 탈락 전 관세청 스스로 '특허 확대' 검토 문건 만들어"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지난해 4월 관세청이 서울 시내 면세점 4곳을 추가 선정한다고 발표한 배경에 청와대 지시가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관세청에서 면세점 업무를 담당했던 김모씨는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재판에 나와 이런 증언을 내놨다.
김씨는 2015년 11월 롯데월드타워 면세점과 SK워커힐이 면세점 재심사에서 탈락한 후 청와대에서 면세점 특허를 추가하는 방안을 신속히 검토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증언했다. 애초 정부가 2015년 1월 세운 계획대로라면 2017년에 추가 특허 방안을 발표했어야 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김씨는 "김낙회 관세청장이 특허 신규 추가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해서 BH 보고용 문서를 작성했다"고 말했다. 김 전 청장은 지난해 1월 청와대 경제수석실에서 시내 면세점 특허 추가 방안을 신속히 검토하라는 지시를 받아 이를 실무진에 전달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김씨가 작성한 'BH 보고서'는 지난해 2월 18일 당시 안종범 경제수석에게 보고됐다. 보고서엔 시내 면세점 추가 특허 방안을 계획보다 앞당겨 3월에 확정 발표하고, 신속한 사업자 선정을 위해 심사 일정을 단축해 그해 9월까지 사업자 선정을 완료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롯데와 SK를 구제해주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며 "이런 지시가 있기 전까지는 관세청 내에서 시내 면세점 특허를 추가할 계획 자체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관세청 고시에 따르면 면세점 특허를 추가하려면 전년도 면세점 이용자 중 외국인 비율이 50% 이상을 차지하고, 지자체별 외국인 관광객이 전년 대비 30만명 이상 증가해야 하는데, 2015년은 메르스 사태로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한 때라 기준 충족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세청은 지난해 4월 말 이런 기준과 상관없이 서울 시내에 면세점 4곳을 추가로 허가한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김씨는 발표 내용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외부 연구용역팀에 문체부의 2017년 외국인 관광객 수 예측치를 데이터로 넣어 신규 면세점 개수를 산출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증언했다.
검찰은 김씨의 증언을 토대로 "관세청은 롯데와 SK에 대한 특혜 시비가 명약관화한 상황에서 추가 특허 개수의 명분을 강화하기 위해 고시 요건과도 관련 없고 전례도 없는 예상 관광객 수를 사용해 무리수를 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지난해 2월과 3월 박 전 대통령이 SK 최태원 회장과 롯데 신동빈 회장을 각각 단독 면담한 과정에서 면세점 사업 문제에 대한 청탁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일련의 작업이 무리하게 추진된 것으로 의심한다.
반면 신 회장 측은 정부의 면세점 특허 추가는 롯데에 특혜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김씨 진술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 근거로 롯데가 면세점 재심사에서 탈락하기 전인 2015년 11월 6일 관세청에서 김씨가 스스로 만들어 기획재정부에 보고한 문서를 공개했다.
이 문서에는 '현시점에서 독과점 구조 개선 및 기존 사업자의 퇴출에 따른 부작용 최소화를 위해서는 특허 확대가 불가피'라는 내용이 담겼다.
김씨는 "관세청에서는 기본적으로 면세점 문제 해결이 특허 확대라고 생각하고, 기재부에 통보까지 해줬던 것이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아울러 김씨는 "기재부나 관세청에서 면세점 특허 수를 확대하자는 정책 방향을 정한 게 롯데를 봐주기 위한 것"이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콕 집어서 그렇게 말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또 "그게 국가를 위한 방향이라고 생각했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긍정하는 답변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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