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방점'은 공통점…DJ는 '경협'·文대통령은 '북핵 해결' 강조
'베를린선언' 석달 뒤 정상회담…남북관계 단절돼 北 호응 미지수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쾨르버재단 초청 연설은 인사말을 제외하면 2000년 3월 있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을 상기하며 시작한다.
남북 화해·협력의 기틀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는 '베를린 선언'을 거론하면서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구상 연설이 그 연장선에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17년 전 김 전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과 이번 문 대통령의 '신(新) 한반도 평화비전'은 한반도 평화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공통점이다.
김 전 대통령은 '베를린 선언'에서 "당면 목표는 통일보다는 냉전 종식과 평화정착"이라며 흡수통일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던 북한에 "참뜻을 조금도 의심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 역시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오직 평화"라며 "북한의 붕괴를 바라지 않고 어떤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는 부연설명까지 달았다.
인도적 차원에서 이산가족 상봉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는 것도 두 연설의 공통점이다.
하지만 2000년과 2017년의 연설문은 지난 17년간 고도화된 북한의 핵 능력으로 인해 적잖은 차이도 보인다.
우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에는 북핵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북한 핵 문제가 1994년 북미 간 제네바 합의로 어느 정도 정리가 된 상황이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연설의 상당 부분을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대화로 나설 것을 촉구하는 내용으로 채웠다.
특히 핵 도발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더 강한 제재와 압박밖에는 대안이 없다거나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결단만이 북한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도 포함했다.
남북 간 경제협력에 대한 메시지에도 차이가 컸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경협에 가장 큰 비중을 뒀다. 김 전 대통령은 "정부는 북한이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면서 그동안 민간에 맡겼던 경협에 정부가 주도적으로 뛰어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도로, 항만, 철도, 전력, 통신 등 사회간접자본 확충과 농기구 개량, 관개시설 개선 등 농업구조 개혁을 위해선 정부 당국 간 협력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북한 당국의 요청'말고는 따로 전제조건도 없었다.
반면, 문 대통령의 연설에서는 '한반도 신경제지도'가 언급되기는 했지만 다른 분야에 비해 비중이 작았다. 더욱이 '북핵 문제가 진전되고 적절한 여건이 조성되면'이라는 전제조건도 달았다.
이는 북핵 문제의 진전이 없는 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금강산관광이나 개성공단 사업 등 경협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베를린 선언'은 발표 3개월 뒤에 역사적인 첫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는 등 상당한 결실로 이어졌다. 당시는 금강산관광이 본격화되는 등 남북 간 화해 분위기가 조성돼 있었고 북한이 경협에 대해 관심이 컸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 연설에 대해서도 북한이 호응해 남북관계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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