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세균 국회의장이 7일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직권으로 회부했다. 야당의 국회 일정 보이콧으로 예결위의 추경안 심의가 이뤄지지 않자 직권 회부를 택한 것이다. 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꼭 한 달 만이다. 정부는 지난달 7일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기 위해 11조2천억 원 규모의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야당의 반대로 예결위에 상정되지 못했다.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추경안이 법적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논의 자체를 거부해 왔다. 이후 국민의당은 입장을 바꿔 해당 상임위에서 추경안 심사에 참여하기로 했으나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머리 자르기' 발언에 반발해 6일부터 국회 일정을 보이콧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 의장은 교섭단체 간 합의로 추경안을 예결위에 회부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해 국회법에 따라 직권 회부를 선택한 것이다. 정 의장은 여야 4당 원내대표들과 오찬회동을 하고 추경안 회부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정 의장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추경은 타이밍이기 때문에 이번 (임시국회) 회기 내에 예결위에 회부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밝혔다. 국회 운영을 책임진 입법부 수장으로서 고뇌의 결단을 한 것으로 본다.
정 의장의 회부로 예결위는 오는 10일 추경 상정을 위한 회의를 열기로 했다. 하지만 곧바로 추경 심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긴 어려워 보인다. 야 3당은 이번 추경안이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경기침체, 대량 실업, 대내외 중대한 우려가 있는 경우'로 돼 있는 국가재정법상 추경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특히 공무원 증원에 반대하고 있다. 게다가 야당은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와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철회나 자진 사퇴를 요구하고 있어 G20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한 문재인 대통령이 귀국 후 이들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경우 정국은 더 꼬이고 국회 파행은 장기화할 수 있다. 엎친 데 겹친 격으로 캐스팅 보트를 쥔 국민의당이 추미애 대표의 '머리 자르기' 발언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 엉클어진 정국의 실타래는 더욱 꼬이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여야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누차 강조하지만, 여소야대 정국에서 협치의 정신을 바탕으로 한 대화와 타협 없이는 어느 당도 국회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 우선 여당은 야당에 무조건 추경안 심사에 응하라고 압박만 할 것이 아니라 야당을 설득하고 야당이 국회로 돌아올 명분을 줘야 한다. 야당이 반대하는 공무원 증원 문제에 대해서도 야당이 양해할 만한 논거를 제시해야 한다. 집권여당 대표의 '머리 자르기' 발언도 적절치 못했다. 추 대표는 전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국민의당의 문준용 제보 조작 사건을 거론하면서 "그 당의 선대위원장이었던 박지원 전 대표와 대선후보였던 안철수 전 의원이 몰랐다고 하는 건 머리 자르기"라고 비판했다. 의석 40석을 가진 원내 제3당의 전 대선후보와 전 대표를 겨냥해 뚜렷한 증거 없이 '머리 자르기' 운운한 것은 누가 봐도 지나쳤다. 제보 조작 사건은 아직 검찰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검찰수사를 지켜보는 것이 옳다. 야당도 다른 사안과 연계하지 말고 추경안은 추경안대로 분리해서 다루는 성숙함을 보여야 한다. 국회 파행이 장기화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을 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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