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 이유식 타 먹여…구조한 8마리 중 한쌍이 새끼 3마리 낳아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전국에 100여 마리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는 멸종위기종 '양비둘기'의 증식이 서울대공원에서 국내 처음으로 성공했다.
서울대공원은 국립생물자원관과 함께 지난해부터 '양비둘기 구조·포육' 사업을 펼친 결과 올해 5∼6월 양비둘기 한 쌍으로부터 새끼 3마리를 얻었다고 10일 밝혔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낭비둘기'라고도 불리는 양비둘기는 바닷가 바위 절벽, 내륙 바위산, 바위 낭떠러지, 다리 교각 등에 사는 토종 비둘기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북부 등 아시아 동부·북부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체적으로 회색을 띠는 가운데 날개에는 두 줄의 넓고 긴 띠가 있고, 꼬리 끝에는 검은색 띠가 있다.
양비둘기는 과거 많은 수가 관찰됐지만 서식지 파괴 등으로 현재는 남부 지방 일부에서만 100여 마리가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될 정도로 희귀한 새다. 이 때문에 학계 안팎에서는 멸종위기종으로 공식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대공원과 국립생물자원관 조사원들은 지난해 7월부터 전라남도 구례나 고흥 등지에 서식지를 모니터링하며 땅에 떨어진 새끼 등 도움이 필요한 개체를 구해 공원으로 데려왔다.
공원 관계자는 "현지 조사원이 새끼를 발견해 데려오면 건강검진을 한 뒤 먹이를 먹이는 방식"이라며 "새들은 종종 어린 시절 둥지 밖 땅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어미가 물어 올려놓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방치돼 죽는다"고 말했다.
공원은 지난해 6마리, 올해 2마리 등 총 8마리를 구해 지극정성으로 돌봤다. 지난해 구한 6마리는 수컷 2마리·암컷 4마리고, 올해 구한 2마리는 아직 어려 성별 감별을 하지 않은 상태다.
공원은 지난해 수의사를 통해 양비둘기 새끼에게 가루 형태의 '앵무새 이유식'에 물을 타 마치 어린 아기에게 이유식을 주듯이 일일이 하루 4∼5번 먹였다. 생후 3주∼1개월이 지나 부리가 발달하면 들깨·수수 등 곡류를 섞어 스스로 먹게 했다.
공원 관계자는 "양비둘기 인공 포육(哺育) 사례가 없어 외국 애완용 비둘기 사례를 참고해 먹이를 먹였다"며 "지난해 이유식 급여를 마치고 곡물로 바꾸는 시점에서 새끼가 잘 먹지 않으려 해 걱정하기도 했다. 몇 번 시도하니 이내 스스로 잘 쪼아먹어서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되돌아봤다.
양비둘기 새끼들이 '무럭무럭' 자라면서 공원 측은 짝짓기를 시도하기 위해 암수 한 쌍씩 두 쌍을 묶어줬다. 수컷이 모자라는 탓에 남은 암컷 두 마리는 할 수 없이 같이 지내게 했다.
공원 측은 가로세로 각각 3m가량 되는 우리에 6칸짜리 '비둘기 아파트'를 만들어주고, 둥지를 만들게끔 지푸라기나 풀을 넣어줬다.
공원 관계자는 "양비둘기는 1년에 세 차례가량 알을 낳는데, 한 쌍의 경우 부화까지 이르지 못했고, 다른 한 쌍은 3마리 부화에 성공했다"며 "어미 없이 홀로 자라 보고 배운 것이 없는데도 본능에 따라 먹이를 토해 새끼에게 먹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공원 측은 우선 양비둘기 구조를 이어가 최대한 많이 짝을 지어줘 개체 수를 수십 마리 수준으로 늘려나가는 데 힘을 쏟을 예정이다. 양비둘기 인공 포육과 증식 사례는 국내 처음인 만큼, 이번 사업 과정을 기록해 전문적인 보고서를 발간할 계획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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