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땐 "절대 안 만나" 앙금 보이더니 후배들이 먼저 인사
이희건 명예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식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 등 신한 사태 3인방이 7년 만에 만나 환한 웃음 띤 얼굴로 인사를 나누고포옹까지 하는 등 극적으로 화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라 전 회장과 신 전 사장, 이 전 행장은 7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신한은행 창업자인 고(故) 이희건 명예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세 사람이 신한 사태 이후 공식 석상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초에는 세 사람의 불편한 관계로 볼 때 이들이 마주치고 인사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봤다.
이날 행사장에 처음 입장할 때만 해도 세 사람은 여전히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가장 먼저 행사장에 도착한 신 전 사장은 기자들과 만나 라 전 회장에게 인사할 생각이 있느냐의 질문에 "그럴 시간이 있을까. 특별한 시간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라 전 회장과 화해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라 전 회장이)나한테 화해하기보다는 주주나 고객, 직원 등에게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입장한 이 전 행장은 이날 행사에 참석한 소감에 대해 "이희건 회장님이 그립다"며 "모든 문제가 원만히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신 전 사장과 만나 화해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제가 어떻게 할 일은 아닌 것 같다"면서도 신 전 사장에게 먼저 인사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럼요. 선배인데. 인사도 드리고 말씀도 나누겠다"고 답했다.
세 사람 중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낸 라 전 회장은 건강 상태에 대해 "잘 놀고 있다. 100살까지 살 거다"라고 웃으며 말했지만, 신 전 사장과 만나 인사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안 만난다. 어떻게 해서든 절대 안 만난다"며 강경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런 냉랭한 분위기를 극적으로 풀어낸 사람은 이 전 행장이었다.
이 전 행장은 행사장에 들어서 먼저 도착해 있던 신 전 사장에게 다가가 먼저 인사를 했다.
그러자 신 전 사장도 웃으며 "야, 너 연락 좀 하고 살자"며 웃으며 답했고 껴안기도 했다.
이어 라 전 회장이 기념식장에 도착하자 이번에는 신 전 사장이 라 전 회장에게 먼저 다가가 웃으며 인사했다.
그러자 라 전 회장도 웃으며 "너 평상시에 인사 좀 하러 오지"라고 웃으며 화답했고, 신 전 사장은 "제가 바빠서요"라며 농담을 건네며 손을 잡고 포옹하기도 했다.
신한 사태는 2010년 신한금융그룹 경영권을 놓고 라 전 회장 및 이 전 행장 측과 신 전 사장 측으로 갈라져 고소 고발까지 이어진 사건이다.
약 7년을 끌어온 이 사건은 올해 3월 대법원 판결이 나고, 신한금융지주가 5월 이사회에서 신 전 사장과 이 전 행장의 스톡옵션 행사를 허용하기로 하면서 신한 사태는 사실상 마무리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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