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BM 발사로 화 돋우는 김정은…트럼프 '인내' 언제까지

입력 2017-07-08 06:00   수정 2017-07-08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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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BM 발사로 화 돋우는 김정은…트럼프 '인내' 언제까지

"미제를 나락에 처박은 최후승리"…평양 자축분위기로 흥청

뜬금없이 '혈맹' 운운하는 중국·ICBM 아니라는 러시아 '눈총'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한 성깔' 하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의 '기싸움'이 정점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김정은이 지난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발사로 화를 잔뜩 돋운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그가 밝힌 대로 도발에 상응한 채찍 수준의 '엄중한 조치'를 언제, 어떤 방법으로 내놓을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트럼프식 뇌관'이 조만간 폭발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점치고 있다.

김정은이 ICBM 발사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미국의 비위를 거스르는 크고 작은 '잽'을 연방 날릴 기세라서 뇌관이 폭발하는 시점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정은은 화성-14형 발사를 참관한 자리에서 "앞으로 심심치 않게 크고 작은 '선물 보따리'들을 (미국에) 자주 보내주자"고 말했다. 미국의 입장에서 충분히 '빈정거리는 말투'로 받아들일 김정은의 이런 발언 속에는 앞으로 단·중거리 등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겠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김정은은 화성-14형 발사일이 미국의 독립기념일임을 빗대어 "독립절(독립기념일)에 우리에게서 받은 '선물 보따리'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아 할 것 같은데"라고도 했다.

ICBM 시험발사 날짜를 택일하는 데 미국의 기념일을 고려했음을 보여준다. 북한은 2009년과 2006년에도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 4일에 맞춰 미사일을 발사해 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사례가 있다.




화성-14형 발사 이후 평양은 온통 축제 분위기다. 화려한 불꽃놀이와 무도회 등 자기들만의 축제로 흥청거리고 있다. 조선중앙TV는 이 자축행사를 생중계로 내보냈다. 북한은 이번 시험발사 성공을 김정은 우상화와 체제 선전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중앙TV 아나운서는 "오늘의 7월의 사변은 미제를 영원한 멸망의 나락에 처박아 넣은 최후 승리의 대사변"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반미의식 고취에 열을 올렸다.

미국은 북한의 ICBM 도발과 계속되는 위협적인 언사에 뿔이 나 있다. 미국 관리들은 막강한 군사력을 언급하면서 "해야 한다면 (군사력을) 사용하겠다"고 강경한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미국이 앞으로 취하게 될 엄중한 조치도 관심이지만, 북한의 도발적 행동을 마냥 감싸고 두둔하는 중국과 러시아의 태도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특히 미국은 화성-14형 도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대북 석유수출 제한과 북한의 노동자 송출금지 등 고강도 제재를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의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석유나 원유 유입이 차단되면 북한 경제 뿐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엄청난 타격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의 원유차단 요구를 수용할지 불투명하다. 더욱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6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중국과 북한이 '혈맹 관계'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최근까지만 해도 북한의 핵실험과 이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중국이 동참하면서 북·중 양국이 공개적으로 불만을 터트리며 얼굴을 붉혔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태도였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지난 5월 '북중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조약을 마땅히 유지해야 하는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북중 상호원조조약의 취지는 양국의 우호협력과 지역 평화, 안전을 위한 것"이라며 "북한의 핵 개발은 이런 취지에 어긋난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북한의 전략적 도발에 대해 러시아도 두둔하기는 마찬가지다.

러시아는 북한의 화성-14형을 ICBM이 아닌 중거리 탄도미사일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지난 5일(현지시간) 긴급 소집된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대북 규탄성명' 채택이 무산된 것도 러시아의 반대 때문이었다.

러시아 국방부는 화성-14형이 "탄도체 비행 궤도 자료는 중거리 탄도미사일의 전술기술 특성에 부합한다"면서 "사거리 1천~5천500㎞ 사이의 중거리 미사일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 화성-14형은 최고 고도가 2천802㎞까지 치솟아 933㎞ 거리를 39분간 비행한 것으로 관측됐다. 군사전문가들은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를 계산할 때 최고 고도에 4를 곱해서 추산하고 있다. 최고 고도에 3을 곱한다고 해도 8천㎞에 달해 ICBM급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북한은 7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화성-14형 시험발사와 관련해 자신들이 ICBM을 개발한다는 것을 공식선포하고 시험발사 과정까지도 공개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ICBM을 발사했다고 주장하는 데도 러시아 측은 아니라고 우긴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이런 태도는 과도한 북한 두둔이라는 국제사회의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three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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