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합의 입장차 확인했지만 셔틀외교 복원 합의 등 성과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7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첫 회담은 위안부 합의를 포함한 역사 문제 논의와 기타 외교·안보·경제·문화 등에서의 협력을 병행하는 이른바 '투트랙 한일외교'를 정식 출항시킨 의미가 있다.
약 35분간 진행된 회담에서 두 정상은 위안부 합의와 관련한 양국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국민 다수가 정서적으로 수용하지 못하는 현실을 인정하면서 한일 양국이 공동으로 노력해 지혜롭게 해결하자"고 했고, 아베 총리는 합의의 이행 필요성을 강조했다는게 청와대 측 설명이다.
하지만 두 정상은 이 문제를 놓고 충돌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우선 우리 정부가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거나 재협상을 요구할지, 보완 등 제3의 길을 택할지에 대해 입장을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관련 논의를 할 상황이 아니었다.
대신 양국 정상은 협력할 사안에 대해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전날 한미일 정상 만찬회동에 이어 다시 한 번 북한 핵·미사일 고도화가 급박하고 엄중한 위협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완전한 핵 폐기를 평화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공조를 유지·강화하기로 했다.
또 교역투자 활성화와 청소년·관광 교류 확대 등 실질적인 협력 증진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한일 정상이 수시로 양국 수도를 왕래하며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셔틀외교' 복원에 합의한 것도 의미있는 내용이다.
한일은 2004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총리 사이에 셔틀외교에 합의했으나 고이즈미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로 1년 만에 중단됐었다.
이후 2008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가 셔틀외교 복원에 합의했지만, 독도·위안부 문제 등을 둘러싼 갈등 속에 오래가지 못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한일 갈등의 와중에 재임 중 한 차례도 일본을 찾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양국이 기본적 가치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한다고 말한 것도 눈길을 끈다.
한일관계가 악화하는 가운데, 일본 총리 시정 연설 등의 한국 관련 내용에서 2015년부터 삭제된 '기본적 가치 공유'라는 표현을 이날 아베 총리는 여전히 쓰지 않았지만 문 대통령은 사용한 것이다.
결국 두 정상은 '구동존이'(求同存異·서로 다른 점은 그대로 둔 채 같은 점을 찾는 것), '선이후난'(先易後難·쉬운 일부터 풀고 나서 어려운 문제 해결에 나서는 것) 식으로 양국 관계를 관리하자는데 이해를 같이 한 것으로 보인다.
한일관계의 앞 길에는 위안부 합의의 처리 문제, 독도, 교과서 문제 등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지뢰'들이 즐비하다.
교과서 검정, 각료의 야스쿠니 참배 등 '정례화한' 악재 외에도 심심찮게 터져 나오는 일본 우익 정치인들의 돌발 망언, 상대국에 대한 외교 정책이 국내 정치적 수요와 종종 연결되곤하는 한일관계의 과거 양태 등으로 미뤄 양국관계의 순항을 점치기는 이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 대통령으로서는 갈등 현안 하나가 다른 모든 협력 사안을 지배하지 않도록 하자는 기조로 대일외교의 첫 단추를 끼운 것으로 평가된다.
위안부 합의 과정에 대한 재검토와 재협상 요구 여부에 대한 입장 정리까지 짧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리 정부는 당분간 박근혜 정부 시절 롤러코스터를 탔던 한일관계를 안정화시키는데 주력할 전망이다.
조세영 동서대 교수는 "이번에는 양국 정상이 상견례 수준의 원론적인 회담을 했다"고 평가했다.
조 교수는 "결국 한일관계 자체가 우리 외교·안보의 목적이 아니니까 새 정부의 외교·안보 청사진을 빨리 확정한 뒤 그것을 실현하는데 기여하는 방향으로 일본과의 관계를 설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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