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숟가락까지 세는 '저승사자' 드론정보 분석관

입력 2017-07-08 11:00   수정 2017-07-08 11:15

IS 숟가락까지 세는 '저승사자' 드론정보 분석관

영상분석 결과 한마디에 IS조직원 생사 결정

첨단병기 시대 극한직업…심각한 스트레스로 정신과의사 대기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대변인이자 2인자인 아부 모하마드 알아드나니.

미국이 주도하는 IS 격퇴전이 시작된 이후 그는 혼자 지내는 법이 없었다.

시리아 북부의 한 마을에 숨어 공동주택에서 민간인들과 뒤섞여 잠을 잤다. 주변에는 항상 어린이들이 있었다.

민간인과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무장 무인기(드론)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IS 점령지가 위축되면서 알아드나니는 작년 8월 30일 은신처 밖으로 발을 내디뎠다.

다른 은신처로 도주하는 그 길에 '인간방패'로 삼아온 민간인들은 동행하지 않았다.

알아드나니의 차량이 마을을 벗어나 고속도로로 접어드는 순간 대전차 헬파이어 미사일이 날아들었다.

젊은 무슬림 수천 명에게 자살폭탄 공격을 선동하던 IS 핵심인물이 제거되는 순간이었다.

이 같은 작전은 어떤 방식으로 운용된 것일까. 그가 인간방패를 벗는 순간을 예민하게 포착한 눈은 누구의 눈이었을까.





8일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한 미국 공군 정보분석관들의 일상을 조명하며 이 같은 궁금증을 해소했다.

WP가 미국 국방부의 허가를 받아 하루 동안 밀착 취재한 정보분석관은 코트니 하사였다.

코트니 하사는 미국 버지니아 주 공군기지에 앉아 주 4일, 하루 10시간씩 전장을 감시하는 업무를 맡고 있었다.

그는 시리아, 이라크 등지의 IS 거점을 감시하는 드론이 끊임없이 보내는 실시간 영상에서 한순간도 눈을 떼지 않았다.

영상에 잡힌 인물들이 적군인지 민간인인지, 미군이나 동맹군을 위협하는지, 행선지가 어디인지 또 무엇을 하는지, 즉각적 폭격이 필요한지 등이 분석 대상이었다.

코트니 하사의 분석은 카타르에 있는 공군작전센터, 미국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드론 조종사 등 실시간으로 연결된 다른 드론작전 요원들의 초기 정보가 된다.

공습 대상은 물론 공군 지휘관이 결정한다.

감청, 위성, 첩보원, 고공 정찰기를 통해 수집된 정보와 함께 코트니 하사와 같은 정보분석관이 포착한 정보와 해석이 공습 결정의 토대가 된다.

드론 정보분석관의 판단은 영상 속 주인공의 생사를 결정할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한다.

한 공군 정보 관리는 "분석관의 말 한마디가 미사일을 쏘느냐 쏘지 않느냐를 좌우한다"고 말했다.





코트니 하사는 분석관 업무를 시작한 지 몇 개월 만에 이라크 북부에서 대형사건을 겪었다.

IS 조직원들의 행방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무장하지 않은 남성 50명 정도를 구덩이에 빼곡히 세워두고 사격을 퍼붓는 모습을 봤다.

코트니 하사는 집단무덤을 뒤로하고 떠나는 조직원들을 유심히 살폈다. 주변에 여성이나 어린이들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학살을 자행한 조직원들에게 바로 불벼락이 내렸다.

그다음 작업은 조직원 시체의 수를 세는 것이었다. 코트니 하사는 "살면서 그렇게 섬뜩한 것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코트니 하사는 정신과 상담을 받고 귀가했으나 다음 날 또 출근해 전장의 실시간 화면 앞에 앉았다.

그는 "전쟁을 하고 있다"며 "날아다니는 총알을 직접 겪지는 않지만, 우리 결정에 사람 목숨이 좌우된다"고 말했다.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정보분석관의 주요 임무 중 하나인 까닭에 분석관들은 표적 건물의 민간인들을 세고 기록한다.

코트니 하사는 자기 스크린에 나타나는 모든 이들의 인상착의, 행동방식을 기록하고 변화를 예민하게 감지한다.

IS의 드론 공장을 감시한 코트니 하사의 노트에는 "예전에 못 보던 남자 1명이 타깃 건물의 남쪽 면으로 손수레를 끌고 왔다. 그는 손수레에 있던 상자 하나를 건물 안으로 가져갔다"라는 기록이 있었다.





자잘하지만 섬세한 이런 관찰기록은 미군 정보장교 수십명이 보는 채팅방에서 공유되며 때론 특정인의 삶과 죽음을 결정하는 주요 판단 근거가 되기도 한다.

작년 9월 미국과 동맹군 오폭으로 시리아 병사 62명이 숨졌을 때도 정당한 표적이 아닐 수 있다고 의심한 지휘관, 드론 조종사, 정보분석관들의 교신 내용이 주목받았다.

드론 정보분석은 고도의 집중력과 인내심을 발휘해야 하는 데다가 인명을 다루기 때문에 첨단 무기의 시대가 낳은 하나의 '극한직업'으로 분류되고 있다.

민간인 피해가 발생한 뒤에 오는 스트레스가 극심해 분석관들을 위해 정신과 의사들이 상시로 대기하고 있다.

'480 정보·감시·정찰 비행단'의 지휘관인 제이슨 브라운 대령은 "분석관들의 자살률이 공군 전체 평균보다 높다"며 "심지어 전장에 배치된 이들보다도 높다"고 말했다.

jang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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