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증여세 신고세액 공제율 축소 가닥…월세 세액공제율 확대 검토
새 정부, 무너진 조세 정의 바로 세우기 추진
(세종=연합뉴스) 정책팀 = 정부가 올해 세제개편 양대 축 가운데 하나로 내건 것은 소득재분배다.
소득재분배 강화를 위한 세제개편으로 상속·증여세 감면을 줄이고 월세살이 세액공제율을 확대하는 방안이 주목받는다.
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상속·증여세 신고세액 공제율을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닥 잡고 늦어도 다음 달 초 발표하는 세제 개편안에 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 상속이 이뤄진 지 6개월 이내, 증여받은 지 3개월 이내에 자진 신고하면 내야 할 세금의 7%를 깎아준다.상속·증여 시 자진 신고를 유도해 탈세를 막는다는 취지다. 그러나 자산소득을 지나치게 배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1982년 제도가 도입됐을 때보다 부동산, 주식 등의 재산 파악이 쉬워져 탈세 우려가 줄어든 만큼 신고세액공제 폐지나 인하를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같은 취지에서 대선 후보 시절 상속·증여 신고세액공제를 3%로 축소하거나 폐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부터 정부가 상속·증여 신고세액공제율을 10%에서 3%포인트 내렸지만 더 낮춰야 한다고 본 것이다.
상속·증여 신고세액 공제율이 축소되면 명목 세율은 올리지 않으면서도 세수는 늘어날 수 있다.
명목 세율 인상 대신 먼저 비과세·감면 정비를 우선으로 하고 물려받는 소득, 자산소득 과세를 강화한다는 현 정부 조세 정책 기조와 부합한다.
최영록 기재부 세제실장이 지난달 26일 브리핑에서 "(상속·증여세 명목) 세율보다는 일감 몰아주기 등에 과세 강화, 신고세액공제제도 적정성 여부 등이 논쟁(사항)"이라고 밝힌 것도 상속·증여세 신고세액 공제율을 축소하리란 전망에 힘을 싣는 대목이다.
자산소득 과세 강화라는 측면에서 2019년부터 시행하기로 한 연간 2천만원 이하 임대소득자 과세도 내년부터로 앞당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서민, 자영업자를 위한 세제 지원은 확대될 전망이다.
대표적인 것이 월세 세액공제율 인상이다.
지난달 29일 국정기획자문위는 올해 정부가 제출할 세제 개편안에 월세 세액공제율을 확대하는 안을 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현재 정부는 총급여 7천만원 이하인 무주택 근로자가 '국민주택 규모 이하 주택'(전용면적 85㎡ 이하, 수도권 밖 읍·면 지역은 100㎡ 이하)에 임차해 살 때 연간 지급한 월세의 10%에 해당하는 세금을 연말정산 때 돌려준다.
월세 세액공제율은 2%포인트 높인 12%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재부는 지난해에도 이 비율을 12%로 인상하려다 뜻을 이루지 못한 바 있다.
저소득층 근로 의욕을 고취하기 위해 일하는 저소득층에 최대 230만원 실질 소득을 지원해주는 근로장려세제(EITC)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근로 장려금은 ▲ 배우자나 만 18세 미만 부양 자녀가 있거나 신청자 본인이 만 40세 이상 ▲ 지난해 총소득이 단독 가구는 1천300만원, 홑벌이 가구 2천100만원, 맞벌이 가구 2천500만원 미만 ▲ 가구원 재산 합계액이 1억4천만원 미만 등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했을 때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올 세제 개편안에 근로 장려금 지급액을 늘리고 대상을 더욱 확대하기로 하고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심층평가를 맡겼다.
폐업한 자영업자가 사업을 재개하거나 취업하면 소액 체납을 한시 면제해주는 방안, 영세 음식업자가 면세 농수산물을 구매할 때 적용되는 의제매입세액 공제율(108분의 8)을 한시적으로 인상하는 방안도 추진한다고 국정기획자문위가 밝혔다.
아울러 정부는 탈루 우려가 큰 부가가치세 징수 방식을 개선, 카드가맹점이 아닌 카드사가 직접 부가세를 내는 방식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정부가 소득재분배에 방점을 찍은 것은 조세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소득주도 성장을 제대로 이루기 어렵다고 보고 있어서다.
국내 조세 정책의 소득재분배 기능이 약하고 무너진 조세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시각도 반영됐다.
2013년 기준 조세 등을 포함한 정부 재분배 정책에 따른 국가별 소득재분배 개선율을 보면 한국은 10.1로 핀란드(47.1), 독일(42.5), 프랑스(41.7) 등 선진국과 비교해 낮은 편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달 청문회에서 "조세가 소득재분배 기능을 하도록 여러 노력을 많이 하는데 (아직) 미흡한 것은 사실"이라며 "앞으로 조세뿐만 아니라 여러 면에서 공정성을 갖출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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