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보다 위험성 5배 이상…보건당국 "반드시 약물치료 해야"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생후 1년 미만의 영아는 결핵균에 노출될 경우 중증 결핵으로 진행할 확률이 성인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영아가 잠복결핵 상태로 확인되면 반드시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9일 질병관리본부가 서울 노원구 모네여성병원 결핵역학조사 대상자를 위해 제작한 설명자료에 따르면, 결핵균에 감염된 후 실제 결핵으로 발전될 위험은 감염 당시 나이가 어릴수록 커진다.
건강한 성인은 결핵균이 잠복해 있다가 활동성 결핵으로 발현할 가능성이 5∼10%이지만, 12개월 미만 영아의 경우 50%로 높다.
결핵을 앓게 됐을 때 결핵성 수막염과 속립성 결핵으로 발전할 확률은 성인은 0.5% 이내이지만, 영아는 10∼2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핵성 수막염은 결핵균이 뇌를 둘러싸고 있는 수막으로 이동해 염증을 일으키는 것을 말하고, 속립성 결핵은 결핵균이 전신으로 급속도로 퍼져나가는 것으로 폐, 간, 신장 등에 무수히 많은 병변을 만든다.
이들은 심할 경우 사망까지 초래할 수 있는 중증 질환이다. 영아에게 이런 중증 결핵이 많이 나타나는 것은 면역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보건당국은 현재 서울 모네여성병원에서 신생아실을 거쳐 간 생후 0∼7개월 영아 800명을 대상으로 결핵·잠복결핵 검사를 실시 중이다. 작년 11월 21일부터 지난달 23일까지 신생아실에서 근무한 간호사가 결핵 확진을 받은 데 따른 역학조사다.
지난 7일까지 조사대상 가운데 514명(64.3%)이 결핵검진(흉부X선)을 완료했고, 판독 결과가 나온 239명은 전원 정상이었다.
잠복결핵검진(피부반응검사)은 456명(57.0%)이 완료했고, 235명을 판독한 결과 41명(17.4%)이 양성으로 나타났다. 잠복결핵은 결핵균에 노출돼 감염은 됐으나 실제 결핵으로 발병은 하지 않은 상태로 전염성은 없다.
보건당국은 잠복결핵 확진 영아에게 약물치료를 권고하고 있다. 18세 이하 연령에서는 이소니아지드 투약 9개월 요법이 표준치료다. 치료를 완료하면 결핵으로 발병하는 것을 60∼90% 예방할 수 있다.
성인은 처한 상황에 따라 치료 여부가 결정되지만, 결핵 발현율이 높은 소아는 모두가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보건당국은 강조한다.
하지만 일부 보호자들은 약물치료 중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우려해 치료 여부를 계속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질병관리본부 설명자료에 따르면, 항결핵제에 의한 부작용은 성인보다 소아에서 덜 발생하고, 복용 기간에는 간효소 수치가 경미하게 증가할 수 있지만, 간염 발생 확률은 0.1% 미만이다.
박미선 질병관리본부 결핵조사과장은 "소아는 결핵균이 감염원으로 작용할 수 있는 삶의 기간이 길고, 중증 결핵의 위험도 큰 만큼 반드시 잠복결핵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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