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27개교 증설 그쳐…서울지역 2002년 이후 신설 '0'
올해 지방 3곳 개교…서울은 사립 유아학교 1곳만 문 열어
(세종=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장애가 있는 학생은 매년 수백명 이상 늘고 있지만 특수학교 설립은 지지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교육부의 '2016년 특수교육 연차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현재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특수교육 대상 학생(장애 영아 포함)은 8만7천950명으로 10년 전인 2006년(6만2천538명)보다 2만5천명 이상 늘었다.
특수교육 대상 학생은 2016년(전년 대비 117명 감소)을 제외하면 최근 10년간 한 해 최소 수백명에서 많게는 5천여명씩 늘었다.
특수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하면서 특수교육 대상자로 등록하는 학생 수가 계속 늘고 있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 기간 전국의 특수학교는 143개에서 170개로 27곳 늘어나는 데 그쳤다. 특수학교가 수용할 수 있는 학생이 약 2천여명밖에 늘지 않은 셈이다.
이처럼 특수학교 설립이 지지부진한 것은 전국 각지에서 특수학교를 지으려고 할 때마다 지역 주민의 반대 등이 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집값 하락에 대한 주민 우려가 큰 서울지역은 이런 현상이 더 심하다.
최근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서 열린 '강서지역 공립특수학교 설립 주민토론회'가 주민 반발로 파행을 겪은 것이 그 예다.
서울에는 2002년 종로에 경운초등학교가 문을 연 이후 15년간 특수학교가 새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
교육부와 각 시·도 교육청은 올해 특수학교 4곳과 일반학교 특수학급 400개 이상을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들 특수학교 4곳 가운데 3곳은 충주혜성학교, 인천청선학교, 경기 광주새롬학교 등으로 모두 서울 외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서울에는 9월에 유아학교(유치원 학급만 있는 특수학교) 1곳이 새로 문을 열지만 기존에 특수학교를 운영하던 사립재단이 유치원 부문을 따로 떼어내 설립하는 경우다.
수요는 늘어나는데 학교를 짓는 속도는 더디다 보니 장애학생들은 집 주변에 있는 학교에 다니기가 쉽지 않다.
지난해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특수학교 재학생 4천64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통학 시간이 30분 이상∼1시간인 학생이 전체의 41.8%(1천943명)에 달했다.
교육부는 올해 초, 특수학교가 인근 부동산 가격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정책연구 결과를 발표한 데 이어 특수교육 발전과 원활한 특수학교 설립 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연구를 추가로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원동 밀알학교가 교내 음악당과 카페 등을 연중 개방해 지역사회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은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영일 조선대학교 특수교육과 교수는 "장애학생의 부모가 모든 것을 감당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지역사회, 부모가 함께 학생을 키워나가야 한다"며 "교육청이 정해진 규정과 절차에 따라 특수학교를 건립하되 지역 주민들이 학교 편의시설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cin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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