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플랫폼서 공개한 6집 '요새드림요새'…"한층 친절해진 블루스"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제가 늘 그래 왔듯이 큰 호수에 돌 하는 던지는 것뿐이죠. 하하."
거창하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낯간지럽다는 말투다.
6집 '요새드림요새'를 발표한 싱어송라이터 이승열(47)이 대다수 음악 팬들이 이용하는 멜론 등 주류 음원 사이트에 음원을 유통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내놓은 답변이다.
'요새드림요새'는 현재 바이닐과 애플뮤직을 통해서만 소비할 수 있다. 그는 여러 사이트 중 아티스트의 음원 수익 분배율을 가장 합리적으로 보장한다는 이유에서 이들 플랫폼을 택했다.
최근 종로구 수송동에서 만난 이승열은 "소중한 내 음악이 어디에서 어떻게 소비되느냐의 결정권은 창작자로서 당연한 것"이라며 "내 음악을 메가마트처럼 콘텐츠가 포화상태인 주류 음원 사이트에 던져놓는 것이 싫었다. 특별 대우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대우하고 싶은 마음에 노출이 제한적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가 창작물의 유통과 배급에 자기결정권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이번 앨범의 판권을 소속사가 아닌 자신이 직접 보유한 덕이다.
"제가 판권을 가지면 시도하려던 방식이었어요. 기존 사이트는 월정액 묶음 상품을 통해 음원을 대폭 할인 판매하죠. 정작 창작자의 발언권도 없고요. 판로가 다양해졌음에도 뮤지션들이 파이를 늘려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주류 사이트 노출이 '머스트'(Must)라고 생각하는데, 다른 판로를 스스로 결정해도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치 고집쟁이 장인처럼 보이는 그의 가치관은 음악에도 온전히 반영됐다. 1994년 유앤미블루로 데뷔한 이래 대중성, 상업성과는 타협하지 않았고 아티스트로서의 독창적인 사운드를 구축하는 데 몰두했다.
정점은 2013년 앨범 'V'로, 마치 형식을 파괴한 구조물을 세우듯 각종 악기를 융합해 난해하고 전위적인 무국적 사운드를 완성했다.
이번 앨범 '요새드림요새'는 'V'에 반해 한층 친절해졌다. 자신이 6~7살 즈음 찍은 유년기의 사진을 재킷에 담았고 블루스를 기저에 깐 트랙 사이를 관통하는 주제도 한층 선명해졌다.
그는 "우리가 잠을 잘 때 경험하는 현실을 꿈이라고 한다"며 "그러나 꿈의 현실과 일상에서 경험하는 현실의 차이를 굳이 구분해야 하는 것이 재미없다고 생각했다. 데자뷔는 누구나 조금씩 경험하지만, 실제 토속 신앙에서 꿈이 인생의 중요한 현실과 밀접하다고 믿듯이 꿈도 일상의 연장일 수 있다고 여겨졌다"고 주제를 설명했다.
'요새드림요새'란 정체불명의 단어도 '꿈'에 대한 생각을 떠올리며 나온 제목이다.
"꿈(드림)과 연관된 워딩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아침에 음료 하나를 마시며 담배 한 개비를 피우면서 불현듯 떠오른 말이었어요. '요새'는 성곽처럼 탄탄히 쌓은 방어시설이란 뜻도 있고, '요사이'의 줄임말이기도 하잖아요. 마치 어린 시절 아무렇게나 라임에 맞춰 동요를 노래하듯 '요새드림요새'란 웅얼거림이 나왔어요."
수록곡은 '컵 블루스'(Cup blues)와 '도시애'처럼 블루스 기타 소리에 깊고 서늘한 음색을 내세우기도 했고, 김수영의 시 '현대식교량'의 일부를 발췌한 '지나간다'와 물리적으로 갈 수 없는 공간에 대한 열망을 담은 '마이 오운'(My Own)처럼 무드가 강조된 선율도 깔렸다.
스스로 "'오리지널하다'는 쾌감을 위해 허세를 부린 곡"이라고는 '기회는 찬스 천박한 미스 소박한 박스 물려받은 빤스'란 라임의 나열인 '슴포트'(Smmfot)와 강렬한 사운드의 로큰롤 '벌처'(Vulture) 정도를 꼽을 수 있다.
그는 "정말 몇곡 빼고는 '친절했구나'란 느낌이 있다"며 "뭔가를 보여주겠다는 것보다 나오는대로 내 얘기를 편안하게 했다. 1년 이상 묵힌 곡은 없다. 작업량이 점점 많아지는데 곳간에 쌓아둔 것을 빼먹어서 이젠 계속 쌓아가야 한다"고 웃었다.
"제가 좋아하는 밴드가 앨범마다 변하는 모습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인 사람인데 위험한 줄타기란 생각도 했어요. 휙휙 변하면 더 좋아하는 앨범과 덜 좋아하는 앨범이 생기기 때문이죠. 물론 나이가 들면서 좋아하는 순위가 뒤집히기도 해요. 제 앨범도 1, 2년으로 판단될 게 아니라 오랜 기간 두고 다시 돌아가 재소비되는 음악이었으면 해요."
앨범은 전면에 내세운 타이틀곡도 없다.
"타이틀곡은 청취의 장점이자 구태의연한 것일 수 있어요. 전 그것을 모호하게 표현해 앨범에 숨어서 소비자와 장난을 치는 것이죠. 일종의 유희예요. '요새드림요새'란 제목도 생각의 여지가 있잖아요?"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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