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부터 세계선수권서 '그랜드슬램' 도전…"압박감 있지만, 목표는 우승"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요즘 읽는 책이 '자존감 수업'이에요. 최근에 성적 때문에 자존감이 좀 떨어져서 그런 책을 자연스럽게 찾게 되네요."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할 수 있다' 신드롬을 일으킨 펜싱 국가대표 박상영(22·한국체대)에겐 최근 '자존감의 위기'가 찾아왔다.
올림픽 남자 에페 개인전 결승에서 믿을 수 없는 대역전극으로 금메달을 따내며 세계랭킹 1위까지 오르는 등 승승장구했지만, 최고의 자리엔 '견제'가 따르기 마련이었다.
공격적 성향을 바탕으로 역습을 주로 구사하는 그를 철저히 분석한 상대들이 수비 위주의 전술로 맞서면서 틈을 찾기 어려워졌다. 올해 들어 그는 아직 국제대회 개인전에서 메달권에 들지 못했다.
7일 태릉선수촌에서 만난 박상영은 "이제 갈피를 좀 잡은 것 같다"며 미소 지으며 그간의 마음고생을 약간은 털어낸 모습이었다.
평소에도 유독 생각과 걱정이 많은 성격이라는 박상영은 부진을 겪는 동안 쉼 없이 자신을 돌아봤다. 상대의 견제보다도 자신의 내면에서 원인을 찾았다.
"상대의 영향도 물론 있겠지만, 저 자신의 심리상태가 저를 흔든 것 같아요. 상대가 저를 간파했더라도 제가 뭐든 시도해보면 되는 건데, 스스로 너무 의식하다 보니 기량을 100% 발휘하지 못한 것 같아요."
그러면서 그는 19일부터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심리적인 부분을 특히 신경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실력을 완전히 끌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다.
독서 애호가인 부친의 영향으로 외국으로 이동하거나 머무는 시간에 독서를 즐긴다는 박상영은 최근에 '자존감 수업' 같은 심리 관련 도서나 자기개발서를 위주로 읽으며 마음을 정리한다고 귀띔했다. 이전에는 영국의 정치가이자 작가인 필립 체스터필드가 아들에게 인생의 지혜를 전하는 편지를 엮은 '아들아 시간을 낭비하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를 읽었다고 한다.
물론 기술적인 보완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대표팀 전력분석가와 함께 영상 등을 분석하면서 새로운 전술을 고심했다. 상대의 수비를 역습으로 깨뜨릴 방법을 찾는 게 주된 목표다. 그는 출국까지 남은 약 일주일은 "체력 훈련에 집중하며 기술을 더 다듬겠다"고 밝혔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면 박상영은 주요 4개 대회(올림픽·아시안게임·세계 및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모두 정상에 오르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한다. 그가 올 초에 밝힌 목표이지만, 절대 강자가 없는 에페에서 세계 정상의 자리를 지키긴 쉽지 않은 일이다.
"압박감이 심하죠, 스트레스도 많이 받습니다. 1년 전과는 저를 보는 시선이 달라졌잖아요? 그게 좀 무겁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여러 해 정상을 유지하며 꾸준히 성적을 내는 선배들의 대단함을 지금에서야 실감해요."
'압박감'을 얘기하는 그에게 '대회 목표'라는 뻔한 질문을 던지자 단숨에 명쾌한 답변이 돌아왔다.
"2등이나 3등이 목표라고 하면 힘 빠지잖아요? 당연히 우승입니다."
song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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