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아메리칸 법' 적용 강화 움직임… 미국산 구매우선ㆍ예외적용 제외
글로벌 조달체계ㆍ무역보복 등 부작용 전망도
(서울=연합뉴스) 김선한 기자 = 미국 국방부가 총기, 군복, 식품 등 군수품 제작에 필요한 철강 등 원부자재를 최대한 미국산을 사용하도록 하는 움직임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워싱턴 포스트(WP), 인사이더 디펜스 등 미언론은 국방부가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등 군수품 제작에 필요한 원부자재 구매 시 미국산을 우선으로 고려하고 예외적용을 제한하도록 하는 '미국산 우선 구매법'(Buy American Act) 적용을 강화하는 조치에 들어갔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법은 1933년 대공황 당시 불황 극복책의 하나로 의회가 강력하게 추진해 제정됐다. 이런 움직임은 예산관리국(OMB)이 지난달 30일 자 지침을 통해 연방기관들이 이 법을 최대한 적용하라고 권고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적자 해소를 이유로 4월 18일 자로 정부부처 등 공공기관들이 조달 분야에서 미국산 제품 사용을 최대화하는 반면 편법적인 예외적용을 최소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이 법의 강화방안을 마련하도록 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 제한도 확대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언론은 전했다. 이런 조치에 따라 국방부의 구매정책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됐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속 구매 전문가인 앤드루 헌터 연구원은 "국방 구매 분야는 대통령의 권한과 정책 결정권이 매우 강력한 곳"이라고 지적했다.
구매가가 3천500달러가 넘는 제품에 대해서는 미국산을 사도록 의무화한 미국산 우선 구매법과 함께 주목되는 것은 2차 세계대전 초기인 1941년 제정된 '베리 수정안'(Berry Amendment)이다. 군복, 군화, 식료품 등에 집중된 이 법안은 군용품은 무조건 미국제를 구매해야 한다는 점에서 바이아메리칸 법보다 훨씬 강력하다.
WP에 따르면 이들 두 법이 표면적으로는 군복 생산업체에서부터 전차· 실탄 제조업체에 이르기까지 미군의 모든 공급 체계를 국내에서 마련하도록 하고 있지만 다양한 자유 무역 협정 때문에 방산 업체들은 외국산 자재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실제로 2013 회계연도(2012년 10월∼2013년 9월) 미 군사비 지출 가운데 6.4%(197억 달러, 22조6천600억 원)가 해외로부터 사들인 것으로 2014년 미 국방부 차관실(획득·기술 ·군수 담당) 보고서에서 나타났다.
수입 군수품 가운데 가장 큰 몫은 유류와 건설자재 같은 원자재다. 그러나 국방부는 기체, 함정 부품, 전투차량, 화기, 의료품 등을 해외업체들로부터 구매한다.게다가 캐나다 등 우방에 미 업체가 설립한 곳에서 제작한 군수품과 해외 여러 곳에서 생산되는 원료들을 사들인 것도 상당하다.
예외적용이 없을 때도 두 법은 항상 실행된 것은 아니다.
지난해 국방부 감사관실이 공군 계약을 체결한 33개 납품업체를 임의로 조사한 결과 3분의 1가량은 행정적 실수나 구매 관련 공무원들의 미숙을 이유로 바이아메리칸 법을 적용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대다수 미 방산 업체들은 조달체계에서 훨씬 폭넓은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이유로 예외적용 사례가 지금처럼 유지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구나 특정 계약을 담당하는 연방정부 공무원들이 적법한 예외적용조차 묵살할 우려도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이 법을 강력하게 시행하면 경쟁력이 줄어드는 반면 납품가는 오히려 오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정부 조달시장 전문 조사업체인 조반니 소속 크리스 테일러 최고경영자는 "미국산 우선구매법이 통과된 1930년대엔 전 세계에 걸친 공급체계가 없었지만, 지금은 전 세계에 걸쳐있다"고 부당성을 주장했다.
국방부에서 군수 담당 간부를 지낸 빌 그린월트 대서양위원회 선임연구원은 미국산우선구매법을 강력하게 시행하면 외국 정부의 보복 조치을 부를수 있고 결과적으로 미국 제조업 일자리 창출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했다.
sh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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