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NC 다이노스의 좌완 임정호(27)는 불펜 투수 중에서도 특수 임무를 가진 스페셜리스트다.
경기 흐름 상 꼭 잡아야 하는 좌타자가 나오면 등판해 '반드시 막아내는 것'이 임정호의 역할이다.
2015년 1군 무대에 처음 올라 9일까지 총 160경기에 출전했는데, 경기당 1⅓이닝을 넘긴 적이 없다.
그만큼 짧고 강렬한 순간의 승부사가 돼야 한다.
임정호는 '스리쿼터인 것 같은데 꼭 스리쿼터라고 규정하기도 어려운' 까다롭고 역동적인 투구 동작이 무기다.
장점이 뭐냐는 질문을 하면 임정호는 '이상한 폼'이라고 답하곤 한다. 다른 팀의 좌타자들은 "타석에서 임정호의 폼을 보면 아주 위협적"이라고 혀를 내두른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는 우타자를 연속으로 상대하는 경기도 많아졌다.
선발투수들이 부상·부진으로 흔들리면서 불펜진에 과부하가 왔기 때문이다.
주로 NC가 리드하고 있지만 불펜 필승조의 컨디션 조절도 필요할 때 임정호는 우타자와 맞선다.
김 감독은 "불펜 투수가 한 두 타자만 덜 상대해도 공을 10개 이상 아낀다"며 임정호가 우타자를 상대해 줄 때 팀에 큰 힘이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사실 임정호는 우타자 상대로도 듬직하다. 임정호의 올 시즌 우타자 피안타율은 0.211로 좌타자 피안타율(0.263)보다 오히려 낮다.
이는 언젠가부터 '단디4'라는 별명까지 붙은 NC 승리조(임창민, 김진성, 원종현, 임정호)에 임정호의 이름이 빠질 수 없는 이유다.
임정호는 자신의 역할에 걸맞게 인터뷰할 때도 긴말 대신 짧고 굵은 몇 마디를 남긴다.
그는 "형들과 함께 한 별명으로 불려서 좋다"고 말했다.
좌타자뿐 아니라 우타자를 상대로도 더 많이 던지고 싶은 욕심은 없느냐는 말에는 일단 "잘해야 한다"면서 "잘하다 보면 언젠가는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고 답했다.
임정호는 자신의 욕심보다는 형들을 먼저 생각한다.
그는 "좌타자가 상대하기 더 편하기는 하다. 그러나 불펜에 사람이 없을 때는 오른손 타자가 나올 때 마운드에 오른다"며 "제가 잘해야 형들이 던지는 일이 줄어드니까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점점 더 더워지는 여름 날씨에 체력 관리에 어려움은 없느냐고 물으니 그는 "저는 많이 안 던져서 안 힘들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임정호는 "가을이 되면 다른 선수들도 체력이 다 올라올 것이다. 저는 그때도 형들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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