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 종곡초 방과후 프로그램 다양…텃밭도 가꿔
"프로그램 우수" 소문에 5년새 학생 28→39명 늘어
(청주=연합뉴스) 박재천 기자 = "꽃향기와 솔 내음이 가득한 곳에서 아이들이 저마다의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충북 보은군 보은읍 종곡초등학교 홈페이지에 있는 배창근(62) 교장의 인사말이다.
전교생 39명의 시골 학교인 종곡초의 가족 같은 분위기와 우수한 교육 프로그램이 주목받고 있다.
이 학교에는 600여㎡의 제법 넓은 텃밭이 있다. 절반은 학부모들이 무상으로 가꾸고, 나머지는 학생들의 자연학습장으로 활용된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애벌레, 풀잎 등을 관찰하며 자연학습을 하고 상추, 고추, 호박을 재배하는 과정에서 협동심을 기른다. 수확한 채소는 급식 재료로 이용한다. 학부모들도 농작물 재배를 위해 텃밭을 오가며 교직원들과 친분을 쌓는다. 텃밭이 마을학교인 셈이다.
이 학교 교장실에는 냉장고가 없다. 배 교장은 운동장에서 뛰어놀다가 갈증이 생기면 물통을 꺼내 마시라며 아이들을 위해 냉장고를 현관에 내놓았다. 본인이 목이 마르면 교무실에서 물을 마신다.
아이들은 교장실에 있는 거피어항에 먹어를 주기 위해 교장실을 아무렇지도 않게 드나든다.
이 학교의 자랑은 무료 방과후 프로그램이다. 피아노, 기타, 사물놀이, 영어회화, 플루트, 미술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는데 강사비부터 재료비까지 학교 재정으로 부담한다.
학생들은 방과후 교실에서 익힌 실력을 방학 때 열리는 '1박2일 캠프'에서 학부모들에게 선보인다.
학생들은 또 매주 금요일 통학버스를 타고 보은국민체육센터로 가 수영을 배운다. 학교 측은 여름철마다 학교 본관과 후관 사이에 1m 깊이의 미니풀장도 설치해 운영한다.
생활체육 배드민턴 동호회원으로 활동하는 배 교장은 틈날 때마다 아이들에게 배드민턴을 가르친다.
종곡초는 지난해 교육부 주관 '2016 전국 100대 우수 방과후 학교'에 선정됐다.
4천여권을 보유한 현관 북 카페도 이 학교의 자랑이다. 학생들은 바닥에 매트를 깔고 책을 보곤 한다.
교사들에게도 근무하고 싶은 학교로 소문이 난 종곡초의 '행복 바람'은 배 교장이 2013년 3월 부임한 이후 불기 시작했다.
종곡초의 교육 프로그램이 우수하다는 소문이 돌면서 2011∼2013년 2∼4명이던 신입생이 2014년 8명으로 크게 늘었고, 올해까지 계속 7∼8명씩 유지되고 있다. 아기 울음소리가 그친 시골임에도 2012년 28명이던 전교생이 올해 39명으로 늘어났다.
배 교장은 "학생의 성장은 교사의 열정과 사랑에 비례한다고 믿는다"며 "웃음꽃이 피고 행복이 샘솟는 학교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jc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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