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용 항공기 정보 건넨 민간항공사 직원 증언 공개…폭로 영향력 줄이려는 듯
(베이징=연합뉴스) 김진방 특파원 = 미국으로 도피해 중국 지도부의 비리 의혹을 잇달아 폭로하고 있는 중국의 부동산 재벌 궈원구이(郭文貴·50)에 대해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그의 폭로가 신빙성이 없다며 "그는 돈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저지르는 악마와 같다"는 공범들의 증언을 10일 보도했다.
신화통신은 이날 궈원구이에게 공무용 항공기 정보를 건넨 혐의로 조사를 받는 민항부문 관리들의 증언을 보도하며, 그의 폭로가 왜곡되고 심각하게 가공됐다고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관련 혐의로 조사를 받는 전 민간항공사 관리부문 직원인 쑹쥔(宋軍)이 "궈원구이가 불법적인 방법으로 항공사 내부의 탑승객 정보를 빼낸 뒤 이를 심각하게 가공해 폭로하는 데 활용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2009년 공무용 항공기 긴급 비행 계획 업무를 맡으면서 궈원구이를 알게 됐으며, 2015년 8월부터 궈원구이가 공무용 항공편과 탑승객의 정보를 요구했다고 진술했다.
쑹쥔은 "궈원구이가 자신을 도와주면 영국에 이민하도록 돕고, 영국에 집을 사줄 뿐 아니라 외국에서 유학 중인 딸을 돌봐주겠다며 접근해왔다"면서 "이런 종류의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는 하이난항공의 지인인 마충(馬叢)과 함께 2015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146명의 정보를 건넸다"고 말했다.
신화통신은 이들이 건넨 정보에는 비행 날짜, 출·도착지, 항공편명, 이·착륙 시간 등의 정보에 불과했지만, 궈원구이는 이런 정보를 왜곡하고 임의로 해석해 루머를 만들어 냈다고 전했다.
쑹쥔은 "그는 돈을 위해서라면 악마와 같다. 한계가 없고 국가와 가족을 포함해 무엇이든 배신할 수 있다"며 "오늘 당신과 친하게 지내다가도 내일이면 당신을 팔아버릴 수 있고 저같이 일반인뿐 아니라 일부 관리들도 그로 인해 범죄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고 눈물을 흘리며 울분에 차 진술했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신화통신의 이번 보도는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9차 당대회)를 앞두고 궈원구이의 폭로가 이어질 경우 중국 지도부 개편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 당국은 지난 4월에도 자국에서 접속이 차단된 유튜브와 친정부 매체인 신경보(新京報)를 통해 궈원구이와 부패 관리들의 연계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신경보는 당시 이미 비리 혐의로 구속 수감된 마젠(馬健) 전 국가안전부 부부장이 궈원구이로부터 뇌물을 받고 도움을 줬다고 자백하는 내용을 담은 27분가량의 영상을 홈페이지 등을 통해 보도했다.
지난 6월에도 궈원구이가 지배주주인 판구(盤古氏)인베스트먼트 임원 3명의 사기 대출 혐의에 대한 재판을 공개하는 등 궈원구이가 하는 폭로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려는 조처를 이어가고 있다.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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