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매미'에 떠내려갔던 조선시대 송덕비 14년만에 발견

입력 2017-07-10 16:36   수정 2017-07-11 06:44

태풍 '매미'에 떠내려갔던 조선시대 송덕비 14년만에 발견

부산 영도 중리 바닷가서 상인이 신고…육지로 옮겨 보존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2003년 우리나라에 큰 피해를 준 태풍 '매미'때 바다로 떠내려가 유실됐던 조선 시대 송덕비가 14년 만에 다시 발견됐다.

부산 영도구는 지난 7일 부산 영도구 동삼동 중리 바닷가에서 길이 1.45m, 폭 38㎝, 무게 100㎏ 남짓한 화강암 비석을 발견했다고 10일 밝혔다.




이 비석은 바닷가에서 천막을 치고 장사하던 상인이 바닷가 자갈 속에 묻혀 있던 것을 발견해 신고하면서 세상에 드러났다.

당시 상인은 한자가 새겨진 기다랗고 평평한 바위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아 영도구와 향토사학자에게 알렸다.

향토사학자와 영도구 확인 결과 이 비석은 조선 말인 1881년 왜구의 침략에 맞서 주둔했던 수군 부대인 '절영진' 첨사 임익준의 공을 기리는 송덕비였다.

1883년 8월부터 1년간 절영진을 이끈 임익준 첨사는 영도 봉래산과 동삼·영선·신선·청학동 등의 명칭을 지은 것은 물론 가난과 병, 과중한 세금에 허덕이던 절영도(옛 영도 이름) 주민에게 어진 정치를 펼쳤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비석 옆면에는 '돈을 내려서 병든 이를 도와주셨고 곡식을 나누어 배고픈 이를 구원했네. 효의 길을 밝혀주셨고 재앙을 막아주셨도다. 한 조각 돌에 어찌 다 적으리'라고 임 첨사의 공덕이 적혀 있었다.

절영도민은 임 첨사가 떠난 2년 뒤인 1885년에 임 첨사의 공을 기리는 비석 2개를 중리 바닷가 인근에 세웠다.

이곳에는 훗날 신응균 절영진 6대 첨사와 경상 감사인 이호준 관찰사의 송덕비까지 모두 4개의 비석이 있었다.

이들 비석은 2003년 9월 태풍 '매미'가 영도를 덮쳤을 때 주변 건조물 등과 함께 모두 유실됐다.




영도구는 태풍 직후 떠내려간 비석 찾기에 나서 이 중 3개는 되찾아 영도여고 뒤쪽에 새로 세웠으나 임 첨사의 송덕비 한 개는 끝내 찾지 못했다.

이 비석은 당시 인근 바닷가 자갈 속에 묻혀 있었으나 발견되지 못했고, 이후 14년이 지나면서 파도에 자갈이 씻겨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영도의 향토 사학을 연구하는 김도용 전 동주대 박물관장은 "조선 시대 말 목장이 있던 영도는 중요한 군사요충지였지만 남아있는 역사 자료는 드물다"며 "발견된 송덕비가 좋은 연구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한근 부경근대사료연구소장은 "절영진을 다스린 16명의 첨사 중 송덕비가 있는 이는 2명에 불과하다"며 "태풍에 사라진 역사유물이 자연현상인 파도에 의해 재발견된 것은 좋은 징조이지만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도구는 임 첨사의 송덕비를 영도여고 뒷길에 세운 3개의 비석 옆으로 옮겨 보존할 예정이다.

win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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