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망명 지도자 연계 표적…어기면 자격정지 또는 해산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최근 지방선거에서 야당 지지세 확산을 목격한 캄보디아 여당이 내년 총선을 1년 앞두고 사실상 야당과 망명 반체제 인사의 정치적 연대를 막는 선거법 개정을 강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10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훈센 총리가 주도하는 여당인 캄보디아인민당(CPP)은 이날 의회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적이 있는 형사범과 정당의 연대를 금지하는 내용의 선거법 개정안을 표결 처리했다.
개정법은 각 정당이 유죄 판결을 받아 정치활동이 금지된 인사와 연대하는 것을 금지하며, 법을 위반한 정당에 대해서는 5년간의 자격정지 또는 강제 해산을 명할 수 있다.
이는 프랑스에 망명 중인 전 야당 지도자 삼랭시가 내년 총선에서 제1야당인 캄보디아구국당(CNRP)을 지지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일종의 '표적 입법'으로 보인다.
1998년 정계에 입문한 삼랭시는 캄보디아 민주화 운동의 상징적 존재로 부상하면서, 32년간 장기 집권해온 훈센 총리의 강력한 경쟁자로 지목됐다.
그러나 그는 2009년 훈센 총리 정부의 탄압을 피해 해외로 망명했으며, 같은 해 캄보디아 법원은 궐석 재판에서 그에게 11년 형을 선고했다.
2013년 국왕의 사면으로 귀국했던 삼랭시는 지난해 또 다시 야당을 비판하다가 명예훼손과 선동 혐의로 기소된 뒤 캄보디아를 떠났고,지난 2월 정치활동 참여 금지 대상이 됐다.
여당의 표적 입법에 대해 야당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CNPR은 성명에서 "선거법 개정은 정략적인 의도에서 진행된 것이며, 개인의 권리와 정당 그리고 야당에 대한 압력"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기초 지방자치단체 격인 1천646개 코뮌(Commune)의 평의회 대표와 의원을 뽑는 지난달 선거에서는 훈센 총리의 캄보디아인민당(CPP)이 1천156개 코뮌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5년 전 지방선거에서 40개에 지역에서 승리했던 제1야당인 CNRP는 489개 지역에서 승리하면서 늘어난 지지세를 확인했다.
또 전체 정당별 득표율에서도 여당이 62%에서 51%로 떨어진 반면 CNRP 득표율은 30%에서 44%로 뛰어올랐다.
이에따라 내년 7월로 예정된 총선에서 여당과 제1야당이 박빙의 혼전을 펼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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