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지역 레이더 기지가 발사 추적"…한미·北은 여전히 ICBM 주장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가 지난주 북한이 발사한 '화성-14형' 탄도미사일에 대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아닌 중거리 미사일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이와 관련한 자료를 유엔에 제출했다고 타스 통신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 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사무국에 제출한 서한에서 "러시아 이르쿠츠크주에 있는 '보로네슈' 레이더 기지가 지난 4일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 '화성' 발사를 추적했다"면서 "미사일 비행시간은 14분이었고 최대고도는 535km, 비행거리는 510km였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측의 자료를 토대로 계산하면 화성-14형의 실제 사거리는 2천여km로 중거리 미사일에 해당한다.
러시아는 이 서한에 간략한 자국 국방부 보고서와 미사일 비행경로를 담은 지도를 덧붙였다고 통신은 전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앞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당일에도 같은 자료를 제시하며 "탄도체 비행 궤도 자료가 중거리 탄도미사일의 전술기술 특성에 부합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은 화성-14형이 최대 고도 2천802km로 933km를 비행했다면서 ICBM이라고 주장했고, 한·미 당국도 이 미사일이 ICBM급에 해당한다고 확인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공개한 화성-14형의 비행 거리와 최고 고도가 사실일 경우 정상 각도로 쏘면 사거리가 8천㎞를 넘는다고 추산했다.
통상 사거리가 5천500㎞ 이상인 탄도미사일은 ICBM으로 분류된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지난 5일(현지시간) 긴급소집된 안보리 회의에서 "유엔 사무총장이 ICBM이라고 말했고 미국도 ICBM임을 확인했으며 북한 스스로도 ICBM이라고 주장했다. 만일 러시아 측이 이와 관련한 정보가 필요하다면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블라디미르 사프론코프 유엔 주재 러시아 차석대사는 같은 회의에서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은 ICBM이 아닌 중거리 탄도미사일"이라고 거듭 주장하면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측의 이의 제기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강력히 규탄하는 내용을 담은 언론성명을 채택하려던 미국 측 시도는 무산됐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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