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국민의당을 궁지로 몰아넣은 '문준용 씨 의혹 제보조작' 사건에 대해 야 3당이 특검 요구로 맞불을 놓고 나섰다. 지난 대선의 쟁점이었던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 씨의 취업특혜 의혹을 야당이 뒤늦게 다시 들춰낸 것이다. 대선 후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이 지났다, 야당이 갑자기 이렇게 나오는 의도가 꼭 준용 씨 의혹 규명에 있는 것 같지 않다. 국민의당 지도부를 죄어오는 검찰 수사가 직접적 촉발 요인이 아닌가 싶다. 검찰은 9일 이준서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에 대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지만 야권에서 특검 얘기가 처음 나온 것도 같은 날이다. 이 전 최고위원은 제보조작 사실이 드러나 구속된 당원 이유미 씨로부터 가짜 음성 파일 등을 넘겨받아 당에 전달한 장본인이다. 그런 이 전 최고위원에 대해 검찰이 영장을 청구하자 국민의당에는 비상이 걸렸다. 당 지도부가 줄줄이 검찰 조사를 받을지도 모르는 다급한 처지로 몰렸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야 3당이 마치 '이심전심'인 것처럼 한목소리로 내놓은 것이 '문준용 특검' 요구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견제하고 검찰 수사도 제동을 걸어 보려는 양수겸장 카드라는 분석이 나올 만하다.
이번 특검 얘기가 처음 나온 데는 자유한국당이다. 강효상 한국당 대변인은 9일 오후 브리핑에서 "문준용 취업 특혜 의혹이 이번 사태의 몸통인 만큼 이를 철저히 밝히는 것이 국민적 관심사"라며 국회 차원의 특검 논의를 제안했다. 다음날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두 사건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다. 특검에 맡겨 결론을 내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다"고 호응했다. 국민의당 입장에서는 '청하진 못해도 내심 바라던 것'이 아니었나 싶다. 국민의당은 긴급의원총회를 열어 검찰의 '과잉충성'을 규탄하고, 준용 씨 특검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야 3당의 특검 요구를 '전형적 물타기'라고 맞받아쳤다. 강훈식 원내대변인은 "대선 제보조작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에 영향을 미치려는 어떤 정치 행위도 반대한다"면서 야당의 특검 요구는 "사법제도를 무시하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그렇지 않아도 국회 인사청문 대치 등으로 정국이 거칠고 혼미했다. 검찰의 제보조작 수사 후폭풍과 야당의 특검 맞불에 정치권이 정면충돌 국면으로 치닫는 것 같다.
검찰이 이 전 최고위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당일 야권에서 특검 요구가 나온 것에 먼저 눈길이 간다. 그냥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것으로 보기엔 뭔가 석연치 않다. 창당 후 최대 위기에 처한 국민의당을 측면 지원하려는 야권 공조 기류가 형성된 것 같다. 국민의당을 지켜야 유사시 야권 공조를 가동해 '여소야대' 구도의 정국 주도권을 쥐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원래 준용 씨 취업특혜 의혹을 특검으로 규명하자는 주장은 국민의당이 지난달 하순 제기했다가 비판 여론을 맞고 유야무야됐다. 게다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국민의당이 대선 나흘 전 준용 씨 의혹을 입증한다며 공개한 제보 파일이 국민의당 당원에 의해 조작된 사실이 드러났다. 다른 당이야 정략적 의도에서 특검을 요구했을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의당이 덩달아 특검에 편승하려 하는 것은 정치도의뿐 아니라 보통사람의 상식에도 어긋난다. 아울러 법리적으로 특검 구성이 가능한지도 불투명하다. 준용 씨 취업 특혜 의혹은 이미 공소시효가 지난 사안이다. 이런 사실은 한국당 강 대변인도 기자들과 얘기하면서 인정한 것이다. 그런데도 특검을 하자는 것은 특검 제도의 취지는 물론 사법제도의 기본 원칙을 무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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