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슬람국가(IS)가 장악했던 이라크 모술에서 피란한 어린이들이 심각한 트라우마에 고통받고 있다.
3년 만에 탈환된 모술에선 군인의 승전가가 울려 퍼지고 있지만 간신히 목숨을 구한 어린이들은 모술에서 겪었던 끔찍한 기억에서 아직 헤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알자지라 방송은 모술에서 빠져나온 11세 소녀 사라를 인터뷰하면서 '모술 트라우마'의 심각성을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라는 자신의 눈앞에서 오빠가 죽는 모습을 보고 기절했다. 사라의 아버지가 집 밖에 있던 그의 오빠를 안으로 끌어당기려던 순간 IS 저격수의 총에 맞아 숨졌다.
사라는 "오빠가 죽는 것을 보고 내 영혼이 부서지는 것처럼 느꼈다"고 말했다.
그리고서는 "지금도 겁이 날 때마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식은땀으로 범벅이 된다"며 "그럴 때면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모술에서 도망친 한 중년 여성은 "거리엔 시체가 아무렇게나 버려졌고 IS는 시체에서 냄새가 나지 않도록 우리 눈앞에서 불에 태웠다"며 "잘린 팔, 다리도 즐비했는데 어린아이들이 어디를 가든 그런 광경을 봤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아이들이 밖에 나갔다가 시체를 보고 겁이 나서 집에 돌아와 몸서리를 쳤다"면서 전쟁의 참상을 목격해야 했던 모술 어린이들의 고통스러웠던 '일상'을 전했다.
어른조차도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처참했던 모술은 어린이들의 유년시절을 날카롭게 할퀴어 아물수 없는 흉터를 남겼다.
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이 이달 5일 낸 보고서에 따르면 IS가 지배한 3년간 모술에 살던 어린이 90%가 가족 중 한 명 이상이 죽는 경험을 했다.
조사 결과 면담한 이 단체가 면담한 모술 피란민 어린이 65명 대부분이 시체가 나오고 가족이 죽는 악몽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 단체의 정신과 수석 고문 마르시아 브로피 박사는 이 보고서에서 "모술 어린이들은 거의 웃지 않을 정도로 지극히 내성적이 됐다는 데 놀랐다"며 "그 아이들은 어린이가 되는 방법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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