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시민단체 위주로 결성된 '조선적 재일동포 입국실현을 위한 모임'이 11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산하 국민인수위원회에 "조선적 재일동포의 자유로운 입국을 허용하라"는 내용의 정책제안을 했다.
과거 보수 정권에서 조선적 동포들의 입국이 거부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아예 고국 방문을 포기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제는 이런 상황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취지다.
이 모임은 정부에 ▲조선적 재일동포들의 인권보장과 자유왕래 실현을 위해 여권법 개정 ▲'재외동포'를 재외국민과 외국 국적 동포로만 규정한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에 무국적 동포도 포함하도록 개정 ▲여행증명서 발급 과정의 인권침해 방지와 기본권 보장을 위한 행정지침 마련 등을 요구했다.
또 "정부는 재일동포 간첩조작 사건 등 과거 국가로부터의 인권침해에 대한 진실규명과 후속조치들을 통해 미래지향적인 재일동포와 정부의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 더 나아가 통일 지향적인 관계 형성을 위해 조선적 재일동포들에 대한 자유왕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모임은 지난해 7월 조선적 재일동포 3세 정영환 메이지가쿠인대 교수의 입국이 불허된 데 대한 항의의 표시로 관련 단체와 활동가, 법률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조선학교와 함께하는 사람들 몽당연필, 지구촌동포연대(KIN), 서승 리쓰메이칸대 교수, 장완익 변호사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일본 법무성 통계(2015년 12월 기준)를 보면 일본에는 현재 3만3천900명의 동포가 무국적 상태인 '조선적'(朝鮮籍) 신분으로 살고 있다. 한국 국적의 동포는 45만7천700여 명에 이른다.
재일동포의 국적이 나뉜 배경에는 일본의 차별 정책이 숨어 있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패망 후 일본에 남은 동포에게 1947년 일본 국적을 박탈했고, 행정 편의를 위해 식민지 시대 이전의 국호인 '조선'을 따와 '조선적'으로 칭했다.
이후 1950년 일본을 통치하던 연합군사령부가 한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신청이 있을 경우 국적란의 '조선'을 '한국'으로 변경한다"는 조치를 내렸고, 1965년 한일 국교가 정상화되면서 많은 재일동포가 대한민국 국적을 얻었다. 나머지는 일본으로 귀화하거나 조선적을 유지한 채 살아왔다.
조선적은 두 부류로 나뉜다. 북한계인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에 관련된 동포와 남한도 북한도 아닌 한반도 통일 조국의 국민이 되고 싶다는 이유로 무국적으로 남은 동포다. 이들은 한국에 입국하려면 여행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외교부의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2005∼2008년 조선적 동포의 여행증명서 발급률은 99∼100%에 달했으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9년 81.3%로 내려간 뒤 2010년 43.8%, 2011년 39%, 2012년 45.4%에 그쳤다.
이어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2013년 46.5%, 2014년 43.6%, 2015년 51.1%에 머물다 지난해에는 34.6%로 줄면서 1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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