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혁명 후 160년간 배출 절반 이상, 100대 에너지기업 책임
환경단체 "화석연료산업은 사양산업 확실…투자자들 발 빼야"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겨우 100개 기업이 지난 30년 동안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71%에 책임이 있다. 산업혁명 이후 160년 동안 배출량의 절반 이상 화석연료를 100개 기업이 생산했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비영리기구 '탄소공개프로젝트'(CDP)는 환경단체 기후책임성연구소(CAI)와 공동으로 펴낸 2017년판 '주요 이산화탄소 배출원 데이터베이스(DB)'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CDP가 매년 갱신해온 기존 DB는 다른 정부기관이나 학계·단체 등이 내놓는 대규모 데이터들과 마찬가지로 주로 발생원별 및 국가·지역별 통계 등이었다.
그러나 이번 CDP 보고서는 화석연료의 생산자에 초점을 맞춰,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 장기간의 축적 통계를 종합하고 기업별로 분류·분석한 것이 특징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1854년 산업혁명 이후 2015년까지 160년 동안 산업 활동으로 배출된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 등 온실가스는 923기가톤 이산화탄소 상당량(GtCO2e)이다. 1기가는 10억을 뜻한다.
이 가운데 총 100개 기업이 총배출량의 52%에 해당하는 화석연료를 생산·공급했다. 과거 100대 기업이었으나 지금은 사라진 기업을 포함하면 그 비율은 62%로 높아진다. 또 사라진 기업을 포함, 224개 기업으로 확대하면 전체의 72%로 늘어난다.
특히 유엔 기후변화 대응 프로젝트가 시작된 1988년 이후 2015년까지 근 30년 동안 산업 활동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의 71%에 해당하는 화석연료를 엑손모빌, 셸, BP, 셰브런 등 100개 기업이 생산·공급했다.
만약 1988∼2017년처럼 향후 28년 동안에도 종전 같은 비율로 화석연료가 생산·소비되면 세계 평균 기온은 금세기 말에 4℃나 올라가게 된다. 이는 많은 주요 생물종의 멸종과 식량난, 기상재해 등 재앙적 결과를 일으킬 수 있다.
CDP가 이런 '새로운 방식의 통계자료'를 낸 것은 화석연료 생산 업계, 그 중에서도 소수의 기업에 압박을 집중함으로써 온실가스 배출 감축 노력을 효율화하기 위해서다.
CDP 창설 목적은 일반 환경단체와 달리 화석연료 생산업체 투명성을 높이고 투자자들에게 이들 기업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이른바 '시장친화적' 자료 제시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또 다른 국제환경단체 '탄소추적'(Carbon Tracker)이 2015년 발표한 연구보고서는 "화석연료 기업들은 10년만 지나면 국제적 기후변화 대응과 재생에너지 기술 발달에 따라 쓸모없어질 수도 있는 석탄, 석유, 가스 프로젝트를 추진함으로써 2조 달러(약 2천302조원) 이상 낭비할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미국 환경단체 시에라클럽도 화석연료 산업은 도덕적으로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위험하다. 청정에너지로 향하는 추세가 가속되고 있다"면서 이런 사업에 투자하는 사람들의 위험이 점점 더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재생에너지만 쓰겠다거나 청정에너지만을 이용하는 자동차 등의 상품만 생산할 것이라고 발표하는 기업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석유·석탄·가스업체들도 온실가스를 줄이거나 이를 포집해 다른 물질을 생산하는 기술 개발이나 녹색에너지에 투자하는 비율을 늘리고 있다.
그러나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아직 이런 변화의 속도와 총량은 충분치 않다"면서 "다국적 기업들이 향후 10년 안에 기존 사업모델을 완전히 바꾸지 않으면 엄청난 낭패를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choib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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