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기름유출 사고 시 찌꺼기 우려…태안해경 "기름사고와 연관성 없어"
(태안=연합뉴스) 조성민 기자 = 충남 태안군 근흥면의 한 해수욕장 상인회와 주민들은 11일 오전 일찍부터 빗자루를 들고 해변으로 달려가야 했다.
물이 빠지고 난 바닷가 모래에 드문드문 박혀 있는 검은색 덩어리를 수거하기 위해서다.
콩 만한 것부터 엄지손가락 만한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크기의 이 검은색 덩어리는 누르면 톡 짓무르면서 흑갈색의 기름을 쏟아낸다.
'타르볼'이라 불리는 이 기름 덩어리는 지난 7일을 전후로 안면도 최남단에서 시작돼 태안반도 북단에 이르는 바닷가 10여곳에서 목격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이나 관광객의 발에 밟히기도 하고 터지면서 몸에 묻는 경우까지 발생해 지난주 말 지역 모든 해수욕장(28개)을 개장한 태안군에 비상이 걸렸다.
군은 즉시 국립공원관리공단, 태안해경 등과 대책회의를 열고 공무원과 주민 등을 현장에 보내 타르볼은 물론 함께 밀려온 각종 해상쓰레기 수거에 나서 이날까지 대부분의 지역에서 수거를 마쳤다.
타르볼이 목격되면서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2007년 12월 기름유출 사고 당시 바닷속에 가라앉은 기름 찌꺼기가 나온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태안해경의 성분 분석 결과 다행히 연관성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부해양경비안전본부 해양오염방재과 분석 결과 해당 기름 덩어리는 '벙커C유'가 주성분으로, 10년 전 기름유출 사고 시 유출된 기름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태안해경 관계자는 "걱정했던 기름유출 사고와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좀 더 분석해봐야 알겠지만 해양에 투기한 폐유 등 여러 가능성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수욕장의 한 상인은 "며칠 전부터 주민들과 타르볼 수거에 나선 덕분에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며 "당장 영업도 문제지만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이 불편을 겪으면 태안 이미지가 나빠질 수 있는 만큼 관계기관이 원인 분석과 함께 수거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태안군 관계자는 "해마다 타르볼이 조금씩 발견되기는 했지만, 올해처럼 갑자기 한꺼번에 발견된 경우는 처음"이라며 "본격적인 피서철이 시작되는 이달 중순까지 제거작업을 마무리하면 청정태안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min36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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