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 연금 부담 늘려야…조세 활용한 일자리 창출에는 한계"
조세재정연구원, 일자리창출·소득재분배 방안 토론회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일자리 창출과 소득재분배를 위한 조세정책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부유층과 기업이 세금을 더 내야한다는 의견을 강조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11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연 '일자리 창출 및 소득재분배 개선을 위한 조세 정책 토론회'에서는 법인세 인상과 자산소득 과세, 금융소득 세율 상향 등이 거론됐다.
박기백 서울시립대학교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인세를 올리지 못하면서 소득재분배에 힘쓴다는 것은 난센스"라며 "뭐가 바람직한 지는 이미 10년쯤 논의했다고 생각한다"며 정부가 의지를 지니고 법인세 인상을 실천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자산소득 2천만원과 근로소득 2천만원은 완전히 다르다. 근로소득 2천만원은 그것뿐이지만 자산소득 2천만원은 엄청난 자산이 있는 데다가 거기에서 소득 2천만원이 또 생긴 것"이라며 자산소득 과세가 우선이라는 의견을 펼쳤다.
오문성 한양여자대학교 세무회계과 교수는 정부가 증세하고 싶은데 말을 못 꺼내는 분위기가 있다는 최근 보도를 거론하며 "규모 차이는 있지만 그래도 각 후보마다 증세 얘기를 했고, 유권자가 이를 감안해 투표를 해서 새 정부가 탄생했다"라며 증세 불가피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된 상태라고 평가했다.
오 교수는 법인세 실효세율 인상을 1순위 과제로 꼽았다. 이어 초고액자산가(수퍼 리치)가 사회적 책임을 지도록 소득세제를 개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소득세는 최근 과세 표준이 낮춰져 실질적인 증세가 이뤄졌다고 봤다.
김우철 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과 교수는 지나치게 낮은 금융소득 세율을 정상화해야 하며 2019년로 예정된 연 2천만원 이하 주택임대 소득 과세도 앞당기고 실효세율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자리 문제와 관련해 이날 주제 발표자인 전병목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조세연구본부장은 전체 취업자는 증가하지만, 고학력 청년 취업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괜찮은 일자리로 평가받는 제조업에서 취업자가 감소하고 임금 수준이 낮고 열악한 일자리가 주로 증가한다며 "결국 새롭게 일자리에 진입하려는 청년층이 가장 타격을 받는다"고 대책 마련 필요성을 거론했다.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본부장은 사회 고령화나 퇴직자의 소득 확보 문제에 주목했다.
그는 "소득재분배 문제를 연금정책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기업에 세금을 많이 내라고 하기보다는 근로자를 위해서 국민연금 분담 비율을 높이도록 하는 게 효율적일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조세 정책이 일자리 창출을 위한 만병통치약처럼 여겨지는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김우철 교수는 "세금을 더 걷거나 덜 걷는 방식으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꼭 그렇게만 되는 것은 아니다"며 조세 정책이 일자리 문제의 주된 해결책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환상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김유찬 홍익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일자리가 국가적 과제로 등장한 상황을 거론하고서 "정치적인 요구는 중요하고 이뤄져야 하지만 우리가 가진 정책 수단이 그 목적을 이루는데 효율적인지 정치권이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전문가들의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sewon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