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북한 화성-14형이 ICBM 아니라고 우기는 이유

입력 2017-07-11 16:53  

러시아가 북한 화성-14형이 ICBM 아니라고 우기는 이유

실제사거리 2천여 ㎞로 추정…"1단계 비행구간만 탐지한듯"

안보리 대북제재에 영향주려는 정치·외교적 의도 가능성도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러시아가 지난 4일 북한이 발사했던 미사일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아닌 중거리 미사일(IRBM)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데 대해 러시아 레이더 시스템상 문제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여기에 정치적, 외교적 의도가 담긴 의도적인 주장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북한은 물론 한국·미국·일본 3국의 사후 평가에 따르면 문제의 미사일은 발사 후 37분 동안 지구 상공 2천800여 ㎞까지 상승한 후 935㎞를 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에너지가 적게 소요되는 통상 각도로 발사됐다고 가정하면 ICBM의 한계선인 5천500㎞ 이상을 비행했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추정이다.

그러나 러시아 측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사무국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북한의 화성-14형 미사일은 14분간 최대고도 535㎞로 510㎞를 비행했다고 밝히고, 이를 근거로 ICBM이 아닌 중거리 미사일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측은 북한의 화성-14형 미사일 실제 사거리를 2천여 ㎞로 추정했다.

이와 관련, 아시아·태평양 지역 외교 전문매체인 디플로매트는 11일 러시아의 조기경보 레이더 시스템이 2단으로 구성된 화성-14형 미사일의 첫 단계 비행 구간만을 탐지했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디플로매트는 미국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화성-14형 미사일의 1단계 상승고도가 585㎞에 달했다면서, 이는 러시아 정보당국이 밝힌 미사일의 최대 상승 고도와 일치한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이어 러시아 레이더시스템이 화성-14형 미사일의 2단계 비행구간을 놓쳤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 매체는 그럼에도 해당 미사일의 2단계 부분이 러시아의 레이더 조기경보시스템을 관측을 피하기에는 크기 또는 스텔스 기능 면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는 만큼 의문이 남는다고 덧붙였다.

디플로매트는 러시아 레이더시스템의 결함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다면서도, 이는 다른 측면에서 더 큰 우려 사안이라고 언급했다.

러시아가 그동안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핵실험에 대해 한미일 당국과 상반되는 평가를 제시해왔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북한의 쏘아올린 발사체 수를 부풀렸는 가하면 발사 자체를 놓치는 경우도 더러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2009년 러시아 외교부는 북한의 은하-2 발사체가 지구 궤도 상에 '화물'을 올려놓았다고 주장했으나, 미국은 실패한 발사체로 그냥 태평양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고 밝혀 서로 달랐다.

디플로매트는 따라서 러시아 측이 이번에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독특한' 해석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아울러 정치적, 외교적 의도가 담겼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러시아가 고의로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를 지연시키려고 한미일 당국과는 다른 분석을 제기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이유야 어떻든 북한의 미사일이 ICBM이 아니라는 러시아의 주장은 누구에게도 설득력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디플로매트는 평가했다.

yj378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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