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독일의 자유민주당(FDP)은 옛 영광을 되찾을 것인가.
친기업 자유주의 우파 정당으로 분류되는 자민당이 오는 9월 총선에서 결전을 벼르고 있다.
dpa 통신은 11일 자민당의 총선 성적표가 차기 연정의 성격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이 정당의 선거 캠페인을 조명했다.
자민당이 내건 모토는 "새롭게 생각하자"이다. 이 구호를 내걸고 500만 유로(65억6천만 원)를 투입하는 선거홍보를 시작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올해 38세 당수 크리스티안 린트너는 "중도를 위한 중도의 정당"이라고 자당의 정체성을 규정했다. 그러고는 극단으로 기울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지난 4년간 우익 포퓰리스트 이슈를 추구하지 않았다며 당내에 창조적 낙관주의가 있다고도 했다.
독일에선 2015년 가을 난민 위기 이후 득세했다가 최근 들어 인기가 상당히 꺼진 '독일을 위한 대안'(AfD. 대안당)이 우익 포퓰리즘 정당이다.
대안당은 난민 유입에 거부감이 강하고 잇단 극단 이슬람 테러에 분노한 민심을 파고든 바 있다.
그래서 지지율이 한때 두 자릿수로 치솟았지만, 지금은 의석 배분 기준인 정당득표율 5%를 넘을 수 있을지조차 의심스럽다는 말이 일부 나올 정도로 처지가 나빠졌다.
난민 위기가 꺾인 가운데 정부가 반(反) 난민 표심을 흡수하는 정책을 강화하고 치안 대책도 서둘렀기 때문이다.
자민당이 원내 입성과 더불어 차기 연정에 참여하려는 꿈을 꿀 수 있게 된 것 역시 이런 흐름 속에 놓여있다.
대안당에 쏠렸던 지지가 다른 정당들로 옮겨가거나 회귀하고, 그중 큰 몫을 자민당이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민당은 직전 2013년 총선 때 참패했다. 4.8%에 그쳐 원내 진입이 좌절된 것이다. 그건 역대 처음 벌어진 '사건'이었다.
그 전 2009년 총선 땐 14.6%를 얻어 역대 최고를 기록했으니, 널뛰기에 다름없었다.
자민당은 이번 총선에서도 역시 교육과 세금 정책 분야에서 승부수를 찾고 있다. 특히 세수가 남아도는 만큼 기본적으로 납세자들의 부담을 과감하게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민당은 메르켈 집권 기간에는 2기 였던 2009∼2013년에 연정에 참여했다. 그 이전에는 기민당 콘라트 아데나워, 사민당 빌리 브란트와 헬무트 슈미트, 이어 다시 기민당 헬무트 콜 정권 때 약방의 감초처럼 연정 파트너로 활약했다.
자민당은 현재, 집권을 주도할 가능성이 큰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가장 선호하는 연정 파트너 중 하나다.
만약, 메르켈의 기민·기사당 연합이 메르켈 4기 연정을 자민당과 함께한다면 2기에 이어 두 번째 같은 조합의 정부를 가동하는 것이다. 메르켈은 2005∼2009년 1기와 2013년 시작된 3기 연정은 사민당과 함께하는 대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과반 확보를 위한 선택이었다.
종전까지 독일 대연정 경험은 기민당 루트비히 에르하르트 정권 기간이던 1966년 10월 당시 소수당 연정 파트너였던 자민당이 내각에서 철수하면서 소연정이 붕괴하자 탄생한 기민당 쿠르트 게오르크 키징거 집권 대연정이 유일했다.
한편, 메르켈 정파와 자민당의 최근 합산 지지율은 전문기관 포르자 여론조사 기준 47%, 인자 조사 결과로는 45%를 찍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20일 알렌스바흐 조사 때 50.5%를 보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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